물가 관리 비상에 걸린 미국 민주당이 석유회사의 초과이익에 추가 세금을 물리는 징벌적 과세를 추진하기로 했다. 감세를 주장하고 있는 공화당 입장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어서 입법 가능성은 작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인플레이션 책임론을 회피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은 14일(현지시간) 상원 금융위원장인 민주당 론 와이든 의원이 이윤율이 10%를 넘어서는 석유회사에 대해 추가로 21%의 연방 세금을 물리는 법안을 마련 중이라고 보도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정유사들은 기존 법인세 21%에 더해 모두 42%에 달하는 연방세를 내야 한다.
와이든 위원장은 “초과 이윤을 내는 기업에 세금을 두 배로 물려, 왜곡된 이윤 구조를 제품 가격으로 되돌리는 것을 도울 것”이라며 “이를 통해 사악한 되사기 풍토와 회계 장난을 근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가격을 내리거나 공급 확대를 위해 투자를 단행하는 기업에는 어떤 영향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룸버그는 “석유사에 대한 징벌세 부과는 오는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유가 상승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정책 수단을 검토해 온 조 바이든 대통령 주변에서 최근 몇 주 사이 빈번하게 거론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또 “민주당으로서는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대처하기 위해 정유사 때리기에 나섰다는 점을 유권자에게 호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0일 로스앤젤레스에서 행한 대국민 연설에서 “엑손(모빌)은 지난해 신보다 돈을 더 벌어들였다”며 “그들은 석유를 생산하지 않아서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데다, 조세를 피하려고 자신들의 제품을 되산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미국노동총연맹산업별조합회의(AFL-CIO) 총회에 참석해 “휘발유와 식량 가격이 치솟으면서 인플레이션이 많은 가족의 힘을 약화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그 책임을 공화당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로 돌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의회에 있는 공화당원들이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내 계획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다”며 “이것이 내 계획이 완료되지 않은 이유”라고 말했다. 또 “공화당은 내가 돈을 많이 썼다고 하는데 내 전임자(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때는 적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모든 혜택은 상위 1%에 돌아갔다”며 “나는 적자를 3500억 달러 줄였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해상 봉쇄를 언급하며 “세계 무역로를 뒤엎었고, 전 세계적 기아 위기를 심화시켰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폴란드 등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 임시 곡식 저장고(silo)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같은 철로 간격을 갖고 있는데, 이는 유럽과 다르다”며 “차량으로 (곡물을) 저장고로 옮긴 뒤 전 세계로 공급할 수 있도록 해상을 통해 빼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40여 년 만의 가장 높은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 제품에 부과한 관세 일부 철회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행정부 고위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NYT는 “관세 인하 효과가 크지 않지만 이를 고려하는 건 바이든 대통령에게 다른 선택지가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폴리티코도 “중간선거를 앞두고 인플레이션 문제가 주요 의제를 압도하고 있다”며 “백악관 고위 보좌관들은 주요 기관들에 반복적으로 미국인들의 비용 절감 조치를 찾도록 촉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