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가 재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범은 가장 전파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오미크론의 새로운 하위 변이 ‘BA.4’와 ‘BA.5’다. 이 두 변이의 특징은 전염 능력이 초기 코로나 바이러스의 5배에 달하고, 기존 오미크론 감염자도 재감염시킬 만큼 면역 회피력이 강하다. 치명률은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7일(현지시간) 오미크론의 새 변이 BA.5가 미국에 코로나19의 재확산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BA.5는 최근 일부 국가에서 코로나19 재유행을 이끄는 변이로, 미국에서도 신규 확진자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우세종이다.
수치상 공식 집계되는 미국의 신규 코로나19 확진자는 거의 두 달 가까이 9만∼11만명 선을 오르내리며 대체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가정용 검사키트로 자가진단하는 사람듦이 많아 지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맹점이 있다.
실제로 입원 환자는 4월 하순 이후로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NYT 자체 집계에 따르면 4월 17일 1만4800여명이었던 7일간의 하루 평균 입원환자는 이달 6일 기준 3만4700여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의학 연구기관인 스크립스연구소의 에릭 토폴 소장은 “그 변이(BA.5)가 미국에 끼칠 영향이 과소평가돼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변이는 이미 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에서는 BA.5가 우세종이 되면서 확진자가 다시 증가하는 상황이다.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에서 재유행 조짐이 보이고 있다.
글로벌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6일 전 세계 코로나 신규 감염자는 123만명이었다. 지난 5월 20만명대까지 떨어졌다가 반등한 것이다. 100만명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4월 이후 처음이다.
전 세계 신규 확진자 중 38%는 프랑스·이탈리아·독일 3국에서 나왔다. 국가별로는 프랑스가 20만6706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은 미국 17만9507명, 이탈리아와 독일이 각각 13만3015명과 13만728명이었다. 특히 프랑스는 하루 확진자가 2주 만에 80%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유럽 주요 국가에서 코로나 방역 조치를 완화하고 관광 수요가 늘면서 재확산이 시작됐다고 본다. 유엔 세계관광기구(UNWTO) 국가별 방문객 수에서 프랑스가 1위, 이탈리아는 5위다.
UNWTO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국제 여행객 수는 1억1700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100만명)에 비해 3배로 늘었다. 이 중 약 70%가 유럽을 오간 여행객으로, 유럽행 여행객 수는 지난해 대비 3.8배로 급증했다.
BA.4와 BA.5는 스파이크 단백질에 돌연변이 형질을 갖고 있어 기존 감염이나 백신으로 형성된 항체를 회피하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BA.4와 BA.5가 종전의 오미크론 변이보다 더 중증을 유발한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는 입장이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