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9일 산둥성 칭다오에서 회담을 갖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3불’ 유지와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칩4’ 참여 문제 등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이번 회담은 한·중 수교 30주년(8월 24일)을 앞둔 시점에 열렸지만 양국 간에는 사드와 칩4를 비롯해 북핵, 대만 등 첨예한 현안이 많았다.
박 장관은 확대회담 모두발언을 통해 “우리 정부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일관된 원칙에 기초해 북한의 도발에 대해선 단호히 대응하되 대화의 문은 항상 열어둘 것”이라며 “북한이 도발 대신 대화를 선택하도록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또 “한·중 양국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서 최고위급의 소통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며 “편리한 시기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왕 부장은 미·중 경쟁 시대 자주 외교를 강조했다. 그는 “미래 30년을 향해 한·중 양측은 독립자주를 견지하고 외부의 장애와 영향을 받지 말아야 한다”며 “서로의 중대 관심 사항을 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윈윈 정신으로 안정적이고 원활한 공급망과 산업망을 수호해야 한다”며 “평등과 존중을 견지해 서로의 내정에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사드 운용과 한국의 칩4 참여, 대만 문제 등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확대회담 전 열린 소인수 회담은 당초 예상 시간을 넘겨 1시간40분가량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북핵 등 한반도 정세와 사드, 칩4, 대만 등 양국의 주요 관심사가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은 2017년 10월 문재인정부가 밝힌 사드 3불은 약속이 아니라는 입장을 거듭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양 장관은 회담을 마치고 만찬을 함께했다.
박 장관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중국을 방문한 첫 고위급 인사다. 그는 회담 전 중국에 있는 한국 기업인들과 화상 간담회를 갖고 “중국 방문을 계기로 그간 중단됐던 정부 간 협의 채널을 본격적으로 가동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