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격으로 멜트다운(원자로의 노심이 녹아내리는 것) 위험이 지적된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을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폐쇄를 검토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IAEA가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원전의 가동이 현실적으로 지속할 수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이같이 보도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원전단지에 있는 원자로 6기 가운데 5기가 운전을 멈췄으며, 이는 원전에 대한 전력 공급원이 한 개밖에 남지 않은 위험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 원자로는 자체 생산 전력으로 핵연료봉을 냉각하는 안전 체계에 사용한다.
원전에 전력 공급이 되지 않으면 연료봉이 과열돼 최악의 경우 멜트다운이 일어나 방사성 물질이 누출된다.
원전은 자가 전력 공급 불가 시 근처 다른 발전소에서 전력을 끌어다 쓰거나 비상시 발전기를 통해 전력을 공급한다.
자포리자 원전은 현재 인근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원전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예비 전력 공급선이 지난 8일 포격으로 망가진 상태다.
또한, 자포리자 원전이 보유한 디젤 발전기의 연료도 10일분 밖에 없어 예비 전력 확보에 어려운 상태다.
그로시 총장은 “계속되는 포격 때문에 외부 예비 전력 공급망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라서 원자로 수리 가능성이 작다”며 “용납할 수 없고 버틸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포리자 원전 근처에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포격이 번갈아 계속되고 있다. 현재 자포리자 원전은 러시아가 3월 점령했으나, 원전 운영은 우크라이나 직원들이 맡고 있다.
원전에는 이달 초 IAEA 사찰에 참여한 전문가 2명이 남아 현장을 주시하며 러시아군, 우크라이나 직원, IAEA 사무국과 소통하고 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