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이 고대로부터 천연 염색을 해온 전통은 문헌과 불경을 써놓은 1,000년 전의 감지로 남아 있다. 진한 푸른빛을 말하는 쪽색은 한문으로는 쪽 람(남 藍)으로 쓴다.쪽은 영어로 indigo라고 부르는데, 인류 고대부터 염료로 많은 문화에서 써왔다. 서구에서는 우리가 즐겨 입는 청바지를 염색하는 쪽색 염료를 화학 염료로 대체하면서 쪽 빛깔의 천연염료는 이제 설 자리를 잃었다.우리 전통에서는 조선시대에만 해도 청색 염직물(染織物)을 전문으로 만드는 청염장(靑染匠)이라는 직업이 있었는데,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단절되었다.쪽염색 전통을 복원한 쪽염장이 있다. 올해 77세 대한민국 섬유가공명장 제 512호 최옥자 명장은 “36년전 일본에서 다도(茶道) 교류를 하면서 만난 일본 여성이 입은 기모노가 천연 염색이 아닌 합성섬유로 만든 것을 입었다는 것에 수치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전통 쪽염색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숱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양잿물을 쓰지 않고 천연잿물을 써서 쪽염색을 성공시킨 쪽염장 최옥자 명장은 “우리 전통방식으로 숙성시킨 쪽염료에서 남색을, 홍화에서 채취한 염료에서는 노란색과 붉은색, 총 3개의 원색으로 모든 색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한다.발효 쪽염으로 발색되는 검푸른 색을 아청(鴉靑)이라고 부르고, 수도 없이 여러 번 쪽염색을 하면 푸른 색상의 깊이가 나오는데, 푸른색의 밝고 어두운 정도를 명도(明度)라 한다. 명도의 정도는 염색의 횟수에 따라서 결정된다.전통 쪽염색에서는, 꽃을 피우기 전에 채취한 쪽잎을 물에 담궈서 염료를 빼낸 후, 물을 빼고 구운 조개가루를 넣으면 ‘니람’이라는 염료가 채취된다.니람 염료를 섭씨 36도 온도에서 발효조건을 맞춰주면서, 조청(造淸)을 포함해서 당분과 아미노산, 그리고 천연잿물로 효모가 살 수 있게 조건을 만들어주면서 100일간 숙성을 시키면 비로소 염색이 가능한 ‘쪽발’이 선다.“천연 잿물에서는 색소를 가진 미생물이 삽니다. 숙성기간 100일 정도면 색소가 살아서 서요. 쪽발이 서면 그때 염색이 가능합니다”라고 말하는 최 염장은 “쪽염색은 쪽염료를 숙성시키는 능력에 달려있다”고 말한다.살아있는 생명체인 쪽염료를 계속 먹이를 넣어주고 저어주며 관리해야 하는 ‘쪽쟁이’는 3일 이상 자리를 비울 수가 없다고 한다.독학으로 쪽염색을 터득하는 과정에서 첫 8년 동안 53개 쪽단지를 만들어서 실패하면서 터득한 비법 중에는, 건강한 쪽염료는 ph11을 유지하면 염료가 살아있다고 한다. “Ph11 잿물에서는 모기알이 살아요”라고 말하는 최 명장은, “쪽염색은 바로 화학을 공부해야 이해가 된다”고 한다.아이러니하게도 일본의 쪽염색 전통은 에도시대(1603~1867)부터 생겨났는데, 1592~1598년 임진왜란 이후 당시 조선의 숙련된 염색공들을 포함해서 많은 장인들이 일본으로 납치되고, 또 자진해서 일본으로 이주해가서 조선에서보다 더 좋은 대접을 받고 일본문화에 옛 기술을 정착한 역사가 있다.기원전 3세기 인간의 성품이 본래부터 악하다고 보는 성악설(性惡說)을 가르친 위대한 사상가 순자(荀子)가 남긴 문구에서 쪽염색의 문헌적인 기록이 있다.학생이 선생을 뛰어넘는 경지에 갈 수 있다는 표현을 청출어람 이청어람(靑出於藍 而靑於藍)이라고 푸른색이 쪽에서 나왔으나 쪽보다 더 푸르다는 뜻으로, 제자(弟子)가 스승보다 뛰어날 수 있다는 것을 비유(比喩)하는 말을 남겼다.순자의 성악설은 맹자(孟子)의 성선설(性善說)과 대립되는 이론인데, 순자는 인간의 인성이 비록 태어날 때부터 악하지만, 후천적인 노력에 의해 의지만 있으면 우리는 선한 방향으로 심성을 교정(矯正)하며 살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