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성탄절에 올해 들어 가장 많은 군용기 71대를 대만해협에 띄워 무력시위를 벌였다. 미국 정부가 대만에 100억 달러(약 13조원) 규모의 미국산 무기 구매를 지원하는 내용의 국방수권법안(NDAA)이 확정된 데 대한 반발로 해석된다.
26일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전날 오전 6시부터 24시간 동안 중국 군용기 71대가 대만 인근에서 비행한 것이 포착됐다. 중국군의 주력 전투기인 J-16 18대를 비롯해 Y-8 대잠초계기, Y-8 정찰기 등이 투입됐다. 이 중 47대는 중국과 대만의 실질적 경계선 역할을 해온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거나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했다. 같은 시간 중국군 군함 7척도 대만해협 주변에서 활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만 국방부는 국제사회 시선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집중된 틈을 타 중국이 대만해협 현상의 일방적인 변경 및 파괴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대만 자유시보는 70대가 넘는 중국 군용기가 하루에 출격한 건 올해 들어 가장 많은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지난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항의해 대만을 사방에서 포위하는 형태로 무력시위를 벌였을 때 군용기 68대를 동원했다.
대만을 관할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 스이 대변인은 중국 SNS인 위챗 계정에 “대만 섬 주변 해상과 하늘에서 다양한 병종을 조직해 연합작전 순찰과 연합타격 훈련을 실시했다”며 “미국과 대만의 결탁 및 도발에 대한 단호한 대응”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국군은 국가 주권과 영토 보전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23일(현지시간) 2023 회계연도 안보·국방 예산을 담은 국방수권법안에 서명했다. 법안에는 내년부터 5년 동안 100억 달러를 대만에 융자 형식으로 지원해 미국산 무기 구매에 사용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중국의 경제적 강압 행위에 대응하기 위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주도로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관련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문답 형식의 입장문을 내 “법안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미·중 3대 공동성명 규정을 위반하고 대만 독립 분열 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보냈다”며 “강렬한 불만과 반대를 표한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미국과 일본이 국방예산을 늘리면서 그 이유로 대만 문제 등을 꼽은 데 대해 “미·일이 대만 문제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