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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척 얼마 안돼 강소교회 된 배경엔… ‘주꾸미 식사’ 있었다


매운 주꾸미 볶음을 입에 넣으니 혀는 얼얼했고 이마엔 땀이 맺혔다. 외투를 벗고 음료로 입을 달래니 긴장은 사라졌다. 인터뷰는 어느새 대화가 됐다. 느닷없이 주꾸미 얘기를 한 데는 이유가 있다. 코로나19 직전인 2020년 2월이었다. 개척 5년 만에 강소교회로 자리 잡은 비결을 듣기 위해 찾은 교회에서 성도들은 ‘담임목사와 주꾸미 식당에서 밥 먹었냐’로 성도인지 아닌지 구별한다고 했다. 주꾸미로 성도를 구분하는 이 교회, SNS 스타 김관성(50) 목사가 개척한 경기도 고양 행신침례교회였다.

김 목사는 지난 1월 9일 주일예배에서 후배 목사에게 자리를 내주고 자신은 개척 현장으로 가겠다고 밝혔다. 목회지는 고향인 울산이었다. 2일 고양 행신역 앞 주꾸미 식당에서 김 목사를 만났다. 이 자리엔 후임목사로 청빙 받은 우성균(41) 목사도 함께했다.

주꾸미는 행신교회의 성장 이유를 압축적으로 설명하는 단어다. 김 목사는 성도들과 교제하며 이야기하는 것을 주요 목회 활동으로 삼았다. 특히 식사는 사역자와 성도 간 벽을 허물었다. 덕분에 새신자 정착률은 86%나 됐다. 개척멤버 14명은 4년 만에 260여명이 되더니 코로나 2년을 지내고 400여명까지 늘었다.

2015년 행신교회에 온 우 목사도 다르지 않았다. 우 목사는 “교회에서 소망을 찾기 어려워 방황하는 저에게 주변에선 ‘정신 차리라’는 말만 했다”며 “전도사 신분을 숨기고 청년으로 교회에 온 저에게 김 목사님은 밥을 먹자고 하더니 ‘너 잘 살았다’고 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우 목사는 교제를 통해 작은 교회, 촌스러운 김 목사에게서 소망을 봤다고 했다. 김 목사도 같은 마음이었다. 우 목사에게 청소년 사역과 청·장년부 사역을 맡겼다. 자신을 행신교회 최대 수혜자라 말하는 우 목사는 그 은혜를 갚겠다며 청빙을 수락했다. 그래도 김 목사의 후임인 건 부담이다.

김 목사는 “교회는 하나님이 다스리며 이를 믿는 사람들의 공동체다. 교회가 저로 인해 유지된다면 잘못된 목양을 한 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개척멤버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개척멤버 90%가 남아 계시는데 이름도 빛도 없이 섬기기만 한다. 저에겐 훈장 같은 분들”이라고 했다.


그런 교회를 왜 떠나는지 궁금했다. 첫 손에 우 목사를 꼽았다. “우 목사처럼 젊은 목사가 담임목사하기 어려운 시대다. 코로나 상황에 제가 개척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 무엇보다 행신교회에는 우 목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유는 한국교회를 향한 소망이었다. 김 목사는 “교회 성장은 멈췄고 개척도 어려운 시대다. (제 결정이) 한국교회의 절망을 소망으로 바꾸는, 작은 동력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음세대 목회자를 양육하는 데는 두 목사가 한목소리를 냈다. “(우 목사가) 저처럼 동생 키우고 새로운 곳에서 도전했으면 한다”는 김 목사의 말에, 우 목사는 “청빙투표하고 그다음 주일 설교에 ‘10년 뒤 저도 떠나겠다’고 했다. 저 역시 한국교회에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두 목사에게 함께한 7년 시간을 물었다. 우 목사는 “봄 같은 시간, 다시 오지 않을 시간, 많이 웃고 회복한 감사의 시간이었다”고 했다. 김 목사는 “울산에서 허세는 하나만 떨 거다. 행신교회의 추억”이라며 웃었다. 김 목사는 다음 달까지 목회를 하고 7월부터 창립기념일인 11월 첫 주까지 휴가를 받아 개척 준비에 나선다.

고양=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