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 위협이 갈수록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외교적 우선순위가 중국으로 옮겨가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추진해야 한다는 전문가 주장이 주류 언론에 기고돼 상당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워싱턴 연방의회 전문지 더 힐(The Hill) 기고문에서 외교안보·한반도 문제 전문가 딜런 모틴(Dylan Motin)은 한국이 지난 수십 년간 미국의 핵우산 아래 안보를 유지해왔지만, 최근 들어 서울이 미국에 대해서 신뢰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딜런 모틴은 미국의 외교 안보 정책 변화를 감안한다면 한국이 이제는 독자적인 핵 억제력을 확보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딜런 모틴은 이번에 더 힐의 기고문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보유를 어느 정도 수용하면서도, 중국을 중심으로 한 미국 외교 전략의 전환을 강조해왔다는 점을 언급했다.
딜런 모틴은 워싱턴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 한국의 안보를 여전히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와 동시에 핵보유국인 북한과 우호적 관계를 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이같은 상반된 두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려면 한국 스스로 안보를 책임지는 구조로 가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실제로 최근에 한국 내에서도 핵무장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딜런 모틴에 따르면,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와 한반도의 비핵화 전망이 사실상 좌절된 현재 상황에서 한국 내에서 핵무장에 대한 지지 여론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얼마전 실시된 한국의 여론조사에서는 평균 10명 중 7명이 자체 핵무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한국의 보수층뿐 아니라 진보층에서도 자체 핵무장에 대해 점차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의미다.
윤석열 전 대통령도 지난 2023년 1월, 공식 석상에서 한국의 자체 핵무장 가능성을 언급하며 논의에 불을 지폈다.
딜런 모틴의 이번 기고문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한국의 핵무장이 미국의 국익에도 부합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딜런 모틴은 한국이 자율적인 핵 억지력을 갖추게 되면, 미국이 북한 억제의 최전선이 아닌 최후의 보장자로 물러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더 많은 전략 자원을 한반도가 아닌 대만 문제와 중국 견제에 집중할 수 있어 이득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한국이 더 안정된 안보 구조를 갖게 될 경우, 美 해군을 위한 군함 생산 등과 같은 국방 산업의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기대에 대해서도 말했다.
특히 딜런 모틴의 기고는 한국의 핵무장이 트럼프 대통령이 1기 집권 때부터 꾸준히 추진해온 김정은과의 협상과 화해 전략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미국의 전략자산이 한반도 주변에 지속적으로 순환 배치되며 긴장감이 계속 고조되는 대신, 한국이 스스로 핵 억제력을 갖는다면 북한 핵에 대한 불안감이 완화돼 신뢰 구축이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지금으로서는 평화를 구축할 수있는 최상의 방법이 될 수도 있다는 주장을 폈다.
한국은 이미 관련 기술력을 갖춘 기술 강국으로 평가되고 있어, 본격적으로 나서면 몇 달 안에 첫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고, 수년 내로 해상 발사 능력을 포함한 핵전력 완비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딜런 모틴은 미국이 과거 2차대전 이후에도 영국과 프랑스의 자체 핵무장에 사실상 동의했으며, 그 결정이 소련과의 냉전을 승리로 이끈 계기가 되었다며, 한국도 결국 그 전례를 따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