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육류 시장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인플레이션 시대를 맞아 소고기, 돼지고기 소비량이 줄어들고 전세계적으로 닭고기 소비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연방 농무부 자료를 인용해서 올해(2022년) 세계 닭고기 소비량이 9,800만t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전망이 맞는다면 23년전인 1999년 때보다 닭고시 소비량이 전세계적으로 2배 더 늘어나는 것이다.
올해 전세계 인구가 먹을 닭고기 양은 23년 전보다 두 배 많은 1억t에 육박할 전망이다.
닭고기는 소고기와 돼지고기에 비해 가격이 싸다는 게 최대 강점이다.
2030년에는 세계 육류 소비에서 가금류가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40%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닭고기 소비 증가율은 매우 빠른 것으로 같은 기간 돼지고기의 3배, 소고기의 10배에 달하는 수치다.
Data 업체 스타티스타는 세계의 연간 닭고기 생산량이 지난해(2021년) 사상 최초로 1억t을 넘어섰고 올해(2022년)는 43만t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최근 30여 년 동안 세계에서 한 사람이 섭취하는 육류 중 양을 기준으로 유일하게 증가 추세를 유지하는 게 닭고기다.
지난 1995년 기준으로 가금류 소비를 살펴보면 세계인이 1인당 연간 섭취하는 가금류 고기 양은 8.36㎏이었다.
가금류 중 대부분은 단연 닭고기로 나타났는데 같은 해 돼지고기(10.64㎏)보다 적었고 소고기(6.84㎏)보다는 많았다.
2008년 1인당 연간 가금류 고기 소비량이 처음으로 돼지고기를 앞질렀고 이후 소비 격차는 더 커지고 있다.
2020년 글로벌 가금류 고기의 1인당 연간 소비량은 14.88㎏으로 늘었고 돼지고기는 10.68㎏, 소고기는 6.39㎏으로 나타났다.
OECD와 FAO는 2030년까지 세계 육류 소비에서 가금류 고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41%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닭고기의 인기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내다봤다.
닭고기의 가격 매력, 즉 가격 경쟁력이 소고기나 돼지고기에 비해서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소고기와 돼지고기, 양고기에 비해 닭고기의 무게당 가격은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지난 4월 미국의 닭고기 가격(통닭 기준)은 파운드(약 453.59g)당 1.79달러였다.
반면 돼지고기 가격은 파운드당 4달러 이상, 스테이크를 제외한 소고기는 6~7달러대에 달했다.
소비자물가지수 8.6% 인플레이션 시대를 맞아 육류 선택이 소고기, 돼지고기가 아닌 닭고기가 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곡물 가격이 상승하면서 사료값 역시 급등해 소나 돼지 축산은 그만큼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닭고기 가격도 물론 오르기는 했지만, 여전히 다른 육류에 비해서는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가격 수준이다.
닭고기 세계 최대 수출국인 브라질이 올해(2022년) 역사상 가장 많은 닭고기를 생산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닭고기의 인기는 장기 추세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도 있다. 다른 육류보다 생산비용이 저렴하고 생산 속도도 빠르기 때문이다.
알에서 부화해 병아리가 된 지 6주만 지나면 상품가치를 인정받을 만큼 닭은 매우 빠르게 성장한다.
세계 농축산업 연구자들은 더 짧은 시간 안에 닭을 더 크게 키우는 방법도 연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닭고기 생산비용은 최근 30년 동안 1/3로 급감해 가장 경제적인 육류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다만 식량자원으로서의 닭고기 가치가 커지면서 각국이 식량 보호주의를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일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 달 들어서 6월 1일부터 월 360만 마리에 이르는 닭고기 수출을 무기한 중단했다.
닭고기 수요의 1/3을 말레이시아에서 공급받아온 싱가포르의 타격이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된다.
말레이시아와 육로 국경이 이어진 인접국 싱가포르는 살아 있는 닭을 주로 말레이시아에서 들여와 직접 도축해 사용했다.
브루나이와 홍콩, 일본 등도 말레이시아산 닭고기 수입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