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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 아이 처형한다’… 막나가는 극우 트럼프 지지층


“당신의 남편은 서약을 깼고 영혼을 팔았다. 그의 행동은 셀 수 없이 많은 애국적 가족을 사냥했다. 시간이 걸릴지라도 그는 처형될 것이고, 당신과 자녀도 그와 함께할 것이다.”

애덤 킨징어 미국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은 “저와 아내, 5개월 된 아이를 처형하겠다는 위협을 받았다”며 지난 19일(현지시간) 트위터에 협박 편지를 올렸다. 편지는 킨징어 의원 부인 앞으로 배달됐다.

킨징어 의원은 지난해 1월 6일 의회 난입 사태를 조사하는 하원 특별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강력히 지지하는 극우층의 표적이 되고 있다. 한 트럼프 지지자는 그가 올린 살해 협박 편지에 “당신은 동정받을 자격이 없다. 거짓과 속임수로 트럼프 가족이 겪고 있는 일을 상상해 보라”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1·6 의회 난입 사건 특위 청문회가 진행되면서 공화당 내부에서 극단적 목소리가 표출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반기를 든 인물을 ‘이름만 공화당원인 사람’(RINO·라이노)으로 지칭하고 축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공공연하게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당내 영향력을 굳건히 하기 위해 열렬 지지층을 격려하며 이를 묵인하고 있다.

미주리주 주지사를 지낸 에릭 그라이튼스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는 20일 공격용 소총을 들고 있는 특수기동대 복장 차림의 사람들과 한 주택을 급습하는 내용의 38초 분량 선거운동 광고를 SNS에 게재했다.


동영상에서 그라이튼스 전 지사는 산탄총을 들고 “오늘 우리는 라이노 사냥을 할 것”이라고 말한 뒤 급습 대상 주택으로 이동한다. 이후 “라이노는 부패를 먹고 사는 겁쟁이”이라며 “우리나라를 구할 때까지 사냥에 어떤 제한도 없다”고 말했다. 그라이튼스 전 지사는 지지자들에게 “마가(MAGA) 대원이 돼서 라이노 사냥 허가를 받으라”고 독려하기도 했다.

마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캐치프레이즈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의 앞글자로 만든 신조어로, 트럼프 지지 세력을 상징한다.

그라이튼스 전 지사는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 출신으로, 가정폭력과 협박 문제가 폭로돼 주지사직을 사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그가 트럼프 지지층에 구애하기 위해 이 같은 광고를 게재한 것으로 분석했다.

페이스북은 그라이튼스 전 지사의 광고를 ‘폭력 선동을 금지하는 정책 위반’을 이유로 삭제했다. 트위터는 경고 메시지를 같이 게재했다.

공화당 내 극단적 목소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용인 속에 더욱 확산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6일 테네시주에서 열린 행사에서 자신이 다시 대통령이 되면 의회 난입 사건으로 기소된 사람들을 사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린지 그레이엄 의원이 “부적절하다”고 비판하자, 그를 라이노라고 부르며 조롱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에 찬성표를 던진 공화당 하원 의원 10명에 대한 보복도 여러 차례 공언해 왔다. 그가 지지한 후보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위한 당내 경선에서 속속 승리하면서 후보들은 충성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텍사스주 공화당은 지난 18일 주 전당대회에서 “우리는 2020년 대선의 인증된 결과를 거부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국민에 의해 합법적으로 선출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한다”는 내용을 담은 40쪽 분량의 강령을 채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사기 주장을 뒷받침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한 것이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