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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 물든 美 독립기념일… 옥상서 퍼레이드 군중 무차별 총격


미국의 246번째 독립기념일이 피로 물들었다. 일리노이주 시카고 교외의 하이랜드파크에서 열린 축제 퍼레이드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최소 6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벌어졌다. 미국인들이 가장 환호하는 국경일에 축제를 즐기러 온 일반 군중을 겨냥한 무차별 총격이었다는 점이 충격을 주고 있다.

4일(현지시간) 하이랜드파크 경찰에 따르면 총격은 오전 10시 독립기념일 퍼레이드가 시작되고 14분쯤 지났을 때 시작됐다. 총격범은 퍼레이드를 내려다볼 수 있는 건물 옥상에서 소총으로 군중을 겨냥했다. 경찰은 골목에 세워진 사다리를 타고 옥상으로 올라간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총격은 의도적이었고, 완전히 무작위로 총을 쏜 것 같다”고 말했다.

총성이 울리자 수백명의 군중이 일대 혼란에 빠지며 대피하기 시작했다. 퍼레이드 참가자 마일스 자렘스키(73)는 “탕탕탕 소리가 나서 폭죽인 줄 알았다. 하지만 갑자기 사람들이 피투성이가 되는 것을 봤다”며 “겁에 질린 사람들과 피 묻은 시신 등 끔찍한 장면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현장 목격자인 리사 슐킨은 “주차장에서 자동차 밑에 숨어 있었다”며 “거리는 달리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아이들은 울고 있었다”고 말했다.

5명이 현장에서 즉사했고, 1명은 병원에서 숨졌다. 부상자 중 여러 명이 상태가 심각해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 피해자 가운데는 8살 어린이도 포함됐다고 당국이 전했다.


레이크카운티 중범죄 태스크포스(TF)의 크리스토퍼 코벨리 대변인은 “범행 의도를 알기는 어렵다. 경찰이 총격 현장에 도착했을 때 총성이 멈췄다”며 “모든 징후를 봤을 때 범인은 신중했고, 목격하기가 매우 어려웠다”고 말했다. 범인이 대규모 군중을 노린 총기 난사를 사전 계획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총격범은 범행에 사용한 고성능 소총을 현장에 두고 달아났다. 경찰은 범인을 같은 지역 출신인 로버트 크리모 3세(22)로 특정하고 추적에 나섰고, 오후 시카고의 한 고속도로에서 그를 붙잡았다.

독립기념일 총격 사건은 미 전역에서 발생했다. 총기폭력기록보관소(GVA)에 따르면 이날 하루에만 51건의 총격 사건으로 11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연휴가 시작된 지난 2일부터 이날 오후까지 사흘간 328건의 총기 사고가 발생해 132명이 숨지고 350명 이상이 다쳤다. 지난해 독립기념일 연휴에도 미 전역에서 400건이 넘는 총기 사건이 발생해 최소 150명이 사망했다.

미국에서는 지난 5월 텍사스 초등학교 총격으로 21명이 사망하는 등 대형 총격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 사건을 포함해 4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량 총기 난사 사건은 올 들어서만 309건 발생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독립기념일에 미국 사회에 또다시 슬픔을 안겨준 무의미한 총기 폭력에 충격을 받았다”며 “최근 초당적 총기 개혁 법안에 서명했지만 해야 할 일이 훨씬 더 많다. 총기 폭력의 확산과 싸우는 것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총기를 사려는 18∼21세의 신원조회를 위해 미성년 범죄 정보나 정신건강 정보 등 기록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초당적 규제 법안에 서명했다. 거의 30년 만에 마련된 규제 법안이지만 돌격 소총 규제 등 내용은 빠졌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