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의 승리를 이끈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11일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뜻을 이어받겠다”며 헌법 개정 의지를 드러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후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베 전 총리가 열정을 쏟아온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와 헌법 개정 등 자신의 손으로 이루지 못한 난제를 (내가) 풀어가겠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조기 개헌 의지를 거듭 밝혔다. 그는 “가능한 한 빨리 (개헌안을) 발의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국회에서 여야 간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헌법 개정, 방위비 증액,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 등 자민당의 방위 관련 공약 추진은 이번 참의원 선거 승리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앞서 자민당은 지난달 16일 공개한 공약집에서 ‘자위대 명기, 긴급사태 대응, (선거구)합구 해소, 교육 충실 4개 항목을 제시했다. 중·참의원에서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국민투표를 통해 헌법 개정을 조기에 실현한다’고 기술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런 자민당 공약에 맞춰 지난 5월 헌법기념일에 “헌법 시행 75주년이 지났고 시대에 맞지 않는 부분은 고쳐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자민당과 연립 여당인 공명당, 야당인 일본유신회와 국민민주당 4개 정당은 전날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177석을 확보했다. 개헌 발의 요건인 전체의 의석의 3분의 2(166석)를 넘어섰다. 이들 4개 정당은 모두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하는 개헌에 긍정적인 정당으로 분류된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방위력을 5년 안에 근본적으로 강화하겠다”고도 강조했다.
자민당은 공약집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의 국방 예산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이상 목표도 염두에 두고 내년부터 5년 이내에 방위력의 근본적 강화에 필요한 예산 수준의 달성을 목표로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공약집 발표에 앞서 기시다 내각이 지난달 7일 각의에서 결정한 ‘경제재정 운영과 개혁 기본방침’을 보면 방위력을 5년 이내에 근본적으로 강화한다고 명시했다. 또 ‘나토 제국(諸國·여러 나라)에서는 국방예산을 GDP 대비 2% 이상으로 하는 기준을 만족시킨다는 서약을 향한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노력을 가속하는 것과 방위력 강화에 관해서 다시 합의가 이뤄졌다’고 소개했다. 기시다 총리의 이날 기자회견 발언은 이런 의지를 재차 피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본의 2022년도 방위비는 5조4005억엔(약 51조원)이다. 일본 정부의 기준으로 보면 GDP의 0.96% 수준이다. 하지만 나토 기준과 비슷해지도록 해상보안청 예산이나 유엔 평화유지활동(PKO)비 등을 반영해 재산정하면 GDP의 약 1.24%까지 올라갈 수 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