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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화웨이 퇴출 배경은 ‘핵무기 통신 방해 가능성’


미국이 중국의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 퇴출 작전을 펼친 배경에는 화웨이 장비가 군사 및 핵무기 관련 통신을 교란할 수 있다는 정보 당국의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부는 2019년 안보 위협을 이유로 화웨이 장비 제거에 본격적으로 나섰는데 구체적인 이유가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CNN방송은 23일(현지시간) 전현직 국가안보 담당자 등 12명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미 연방수사국(FBI)은 미군 기지 근처 송신탑 꼭대기에 설치된 화웨이 장비가 전략사령부 통신을 포착하고 교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콜로라도와 몬태나주의 25번 고속도로 등에서 유독 통신량이 많은 구간이 핵무기 보관기지 등 군사 시설과 연결돼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당시 지역의 소규모 통신 업체들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저렴한 중국산 장비를 설치했다.

FBI는 화웨이 장비가 주로 군사 기지 주변에 들어서고 수익을 낼 수 없을 정도로 싼값에 판매된다는 점을 수상하게 여겨 조사에 들어갔다. 그 결과 이들 장비가 미 국방부의 통신을 방해할 수 있다고 결론 냈다. 25번 고속도로에 설치된 고화질 감시 카메라에는 미군 장비와 인력의 이동 상황이나 활동 패턴도 담겼다. 카메라 중 일부는 화웨이 통신망에서 작동하고 있었다.

FBI 조사 결과가 백악관에 보고된 2019년부터 전방위적인 화웨이 퇴출 움직임이 시작됐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그해 가을 지역의 소규모 통신사들이 화웨이와 또 다른 중국 업체 ZTE 장비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을 도입했다. 미 의회는 2020년 중국산 장비 철거에 필요한 보조금을 책정했다. 이후 FCC는 2만4000개의 중국산 장비 철거에 대한 신청서를 접수했지만 보상금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실제 철거된 것은 하나도 없다고 CNN은 전했다.

화웨이 측은 “미 국방부에 할당된 통신 주파수에서는 화웨이 장비가 작동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복수의 미 소식통은 “화웨이 장비가 상업용뿐 아니라 미군이 사용하는 고도로 제한된 전파를 차단하고 미 전략사령부 통신을 교란할 수 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CNN은 워싱턴DC에 들어설 뻔했던 중국 정원에 관한 비화도 공개했다. 중국 정부는 2017년 국립수목원에 1억 달러를 투자해 중국식 정원을 짓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미 정보 당국은 21m 높이의 탑이 워싱턴DC에서 가장 높은 지점에 위치할 것이라는 점을 발견하고 프로젝트를 중단시켰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