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두 달 전 사라진 반려견이 지하 152m 깊이의 동굴 속에서 발견됐다.
지난 6일 미국 미주리주 페리 카운티의 한 동굴을 탐험하던 동굴연구재단 소속 탐험가들이 실종된 반려견 애비를 발견했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19일 보도했다.
탐험가 게리 킨(59)은 동굴 속에서 개 한 마리가 웅크리고 있는 것을 보고 즉각 긴급 구조대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발견 당시 동그랗게 웅크리고 있던 개는 꼬리를 흔들거나 짖을 힘조차 남아 있지 않은, 생명력이 매우 약해진 상태였다.
킨은 “애비는 고개를 들어 우리를 쳐다보긴 했지만, 말소리에 반응하지 않았다”며 “애비가 걸을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우리 힘으로 구조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우연히 인근 동굴에 있던 탐험가 릭 헤일리(66)가 이 소식을 듣고 애비 구조에 동참했다. 개를 구할 방법은 직접 동굴로 내려가 업고 오는 것뿐이었다.
30년의 동굴탐험 경력이 있는 릭은 가방과 담요 등을 챙겨 본격적인 구조 작업에 들어갔다. 릭은 “만약 우리가 그 개를 구조하지 못했다면 거기서 죽었을 것”이라며 “수직 등반을 해야만 개를 구출할 수 있었기에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해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동굴 인근에 있던 주민들은 동굴 속에 있는 개가 지난 6월 실종된 이웃의 13살짜리 혼혈 푸들 ‘애비’라는 것을 단숨에 알아봤다. 누군가가 애타게 애비를 찾고 있다는 사실은 킨과 릭에게 큰 동기부여가 됐다.
이날 구조작업은 1시간 30분이 넘게 걸렸다. 킨은 “그날 동굴을 4번이나 들어가야 했기 때문에 피곤했다”면서도 “우리는 천천히 (애비를) 구조했다”고 말했다. 릭은 “애비에게 다다르기까지 거의 15분을 포복 자세로 기어가야 했다”며 “나와 킨이 진흙을 헤치며 미끄러지듯 통과해야 하는 구간도 있었다”고 구조 순간을 떠올렸다.
릭은 “애비는 자신이 구조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좁은 공간을 지나갈 때도 얌전히 있어 줬다”며 “애비는 당시 극도로 쇠약하고 수척해진 상태였다”고 전했다.
마침내 킨과 릭의 손에 구조된 애비는 주인인 제프 보네르트(55)를 만났다. 제프의 집에서 해당 동굴은 약 3.2㎞ 떨어진 곳에 있다. 제프는 “애비가 살아있다는 사실에 정말 놀랐다. 애비가 돌아오지 않아 안 좋은 일이 생긴 줄로만 알았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는 무더위 속에서 13살 애비가 살아남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애비는 두 달을 버텨냈다. 보도에 따르면 동굴 속 기온은 14도 정도로 추정된다.
제프는 “원래 애비의 몸무게는 23㎏ 정도였지만, 동굴에 있는 동안 절반으로 준 것 같다”며 “지금은 다시 원래대로 행동하고 있다. 어떻게 다시 기운을 차렸는지 놀랍다”고 전했다. 이어 “애비가 어둠 속에 오랫동안 있었던 탓에 빛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지만, 시력도 서서히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제프는 구조자들에게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그는 “우리는 애비를 데리고 나와 준 두 사람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예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