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약 10년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고위 관계자들과 교류한 사교계 명사가 러시아 스파이였던 것으로 드러났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의 26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마리아 아델라’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 여성의 본명은 올가 콜로보바다. 콜로보바는 1982년생으로 러시아 총참모부 정보총국(GRU) 소속이었다.
‘라 레푸블리카’는 영국 온라인 탐사 매체 ‘벨링캣’, 독일 주간지 ‘슈피겔’, 러시아 탐사보도 매체 ‘디 인사이더’와 공조해 10개월간 조사한 끝에 이 사실을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콜로보바가 이탈리아 나폴리에 있는 나토 합동군사령부에도 침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콜로보바는 2009∼2011년 로마와 몰타를 오간 뒤 2013년 나폴리에 정착해 사교 클럽을 통해 짧은 시간 안에 이곳에 있는 나토 합동군사령부, 미 해군 6함대의 주요 인사들과 친분을 맺었다.
특히 콜로보바는 나토 합동군사령부에서 가장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데이터 시스템 관리자와 밀접한 관계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콜로보바는 보석 가게를 운영하며 자신의 정체를 숨겼다. 콜로보바를 만났던 사람들은 콜로보바가 6개 국어에 능통하고, 환한 미소와 검은 긴 생머리가 매력적이었다고 그녀를 기억했다.
‘라 레푸블리카’는 “아델라가 나토와 미 해군 사령부 내부까지 들어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토와 미 해군이 주관한 연례 댄스 행사, 자선 행사에 참석했다는 증거는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토 합동군사령부는 주요 인사들이 모인 만찬 행사에서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술잔을 들고 웃으며 다가온 이 여성이 러시아 스파이였다는 사실을 짐작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콜로보바가 이탈리아에서 러시아 스파이로 활동하며 어떤 기밀 정보를 빼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콜로보바가 러시아 스파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 가장 결정적인 단서는 콜로보바가 이탈리아 입국 때 사용한 러시아 여권이었다. 콜로보바는 사용한 총 3개의 여권번호 모두가 GRU 요원들의 여권과 흡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