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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서방 각국 에너지 위기에 앞다투어 원전 재가동


서방 각국이 사용 연한이 지났거나 임박한 원전 수십 기의 수명을 늘리기 위해 탈원전 정책에서 탈피하고 있는 모습이다.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로 천연가스 공급이 대폭 줄어들자 당장 올겨울 난방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벨기에 등이 폐쇄 예정이었던 원전을 소생시키기 위해 자금과 정치력을 동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운데 탈원전에 가장 앞장섰던 독일은 올해 말 자국 내 모든 원전을 폐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독일 정치인들은 눈앞에 다가온 에너지난을 헤쳐나가기 위해 원전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마지막으로 가동 중인 원전 3기의 수명을 내년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두고 정치권에서 격론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정치인은 내년을 넘어 더 오랜 기간 가동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독일 정부는 지난 3월 러시아의 에너지 공급중단 협박에도 기존 핵 시설의 수명을 연장하지 않기로 한 바 있다.

영국은 2028년까지 가동 중인 원전을 모두 폐쇄할 예정이다. 그러나 현지 원전 운영사인 EDF에너지는 자사가 소유한 원전의 가동 연한을 20년 늘릴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 2위 원전 보유국인 프랑스는 14기의 신규 원전 건설을 검토 중이다. 또 자국에 운영 중인 57개의 원전을 원래 수명인 40년 후에도 계속 가동하기 위해 안전비용으로 500억 유로(67조1050억원)를 책정하는 등 수많은 비용을 쏟아붓고 있다.

WSJ는 이러한 원전 생명 연장의 흐름에 에너지 위기 대처와 온실가스 제로 달성을 촉구하는 유엔의 기후변화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인식이 담겨 있다고 진단했다. 또 각국이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면서 사용연한을 연장하는 이유에는 신규 원전을 건설하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 이득이 있다는 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디아블로 캐니언 원전은 주 전력의 약 8%를 생산하고 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이 원전이 2024년 폐쇄 예정이었으나 최소 2029년까지 기한을 늘려 가동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벨기에도 2025년 중단 예정인 원전 2기의 가동을 2036년까지 연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영국 체코 폴란드 등은 신규 원전 건설을 계획하고 있으나 실제 원전이 착공돼 전력 공급이 이뤄지기까지 최소 10년 이상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서방 각국은 당면한 에너지 위기 속에서 원전 연장 카드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원전 수명을 늘리는 것은 풍력이나 태양광 같은 대체 에너지로 교체하는 것보다 비용이 저렴하다”며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아 2050년까지 ‘넷 제로’(탄소순배출량 0)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