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로 큰 혼란에 휩싸였다.
주요 7개국, G7 재무장관들이 독일 베를린에 모여 회의를 갖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의 석유에 대해 가격상한제 도입을 결정했는데 불과 수시간여 후 러시아측이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에너지 확보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는데 그것이 자칫 그동안 강력한 환경보호 정책을 펼쳐온 유럽에 다시 화석 에너지 시대를 불러올 수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러시아 제재가 있기 전에는 기후변화 대응과 대체에너지 확보에 주로 주력했지만,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는 지금은 상황이 그 때와는 달라졌다.
당장 2개월 여 앞으로 다가온 겨울에 에너지 대란을 피하기 위해서는 가스전을 개발하거나, 원전 회귀 정책을 펼쳐야 한다.
그러다보니 화석 연료 시대로 돌아갈 수없다는 환경단체들과 충돌하는 등 유럽 각국이 에너지와 환경을 놓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습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고 나서 반년이 지난 현재 유럽연합(EU)은 러시아산 석탄∙석유에 이어 천연가스까지도 대러시아 제재 금수 조치에 포함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문제는 EU가 금수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미 러시아가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 공급을 줄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러시아와 서방 국가들의 줄다리기가 한창 진행중이다.
어떤 요인에서든 결국 공급 문제로 에너지 가격이 치솟자 유럽 각국은 새로운 공급처를 찾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상황이다.
이탈리아가 최근 알제리와 가스 선적량 확대와관련해 계약을 체결했고 프랑스도 알제리와의 액화천연가스(LNG) 거래를 놓고 협상 중이다.
에너지 일부만이라도 유럽 역내에서 해결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독일은 5월 착공한 LNG 터미널 공사를 연내 끝내고 나서 최대한 서둘러 가동을 시작한다는 목표를 세웠고, 네덜란드와 벨기에로부터의 공급량도 늘리기로 했다.
이와 별개로 독일과 네덜란드는 북해에서 가스전을 공동으로 개발해 나가기로 결정했다.
유럽이 이처럼 에너지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는 우크라이나 전쟁 전까지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지난해(2021년)만 해도 주요국은 안정적인 공급망을 유지하고 재생에너지 보급과 탈 탄소 사회 실현 등을 위해서 여러 정책을 내놓았지만, 상황은 급변하고 있는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안전과 탄소 중립을 이유로 연내 모든 원전 가동을 중단하려고 했던 독일은 남아있는 원전 3기를 내년(2023년)에도 가동하는 것을 놓고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논의에 들어갔다.
아직 최종적으로 확정된 사안은 아니지만, 독일 내에서는 기후대응과 에너지 안보를 놓고 찬성하는 측, 반대하는 측이 맞서는 것으로 전해진다.
독일과 네덜란드의 북해 가스전 개발과 관련해서도 기후대응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화석연료는 지속 가능성이 부족하고 생태계를 파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환경학자들로 구성된 독일 DUH와 네덜란드 환경협동조합 등 양국 환경단체들은 지난달(8월) 가스전 개발과 관련해서 반대하는 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적인 저지 투쟁에 나서고 있다.
DUH는 성명을 내고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화석연료에 의존하기보다 재생 에너지 보급을 우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에서는 환경단체가 정치에 미치는 영향이 세계 다른 지역 나라들보다 상당히 큰 탓에 유럽 각국 정부는 기후대응에 있어서 정책적인 변화를 주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 닛케이는 자원 확보와 환경 보호라는 두가지 양립하기 어려운 사안에 관한 유럽의 고민은 18세기 산림위기 이후 300년간 이어진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어쨌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유럽 국가들의 에너지 안보 정책을 뒤집었고, 이같은 유럽 움직임은 전 세계에 영향을 주는 만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닛케이는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