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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광고도 펑크…중간선거 자금난 허덕이는 미 공화당


미국 공화당 전국위원회는 각종 전국단위 선거를 치르는 핵심조직이다. 상·하원 공천은 물론, 대선 후보 윤곽도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역할은 미 전역의 공화당 지지자들로부터 정치자금을 모금하고 선거기간 이를 집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8월 현재 공화당 전국위원회의 수중에 남은 정치자금은 고작 2300만여 달러에 불과하다. 지난 7월까지 모금한 1억8100만여 달러 가운데 95% 이상을 써버렸기 때문이다. 오는 11월 치러지는 연방의회 상·하원 중간선거에 쓸 자금이 없다는 뜻이다.
이유는 민주 50대 공화 50으로 팽팽한 상원 중간선거에서 이기겠다며 결성된 공화당 상원 중간선거 대책본부가 온라인·모바일 캠페인에 대부분의 모금액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시간) “릭 스코트 공화당 상원 선대본부장의 잘못된 선거전략 때문에 공화당이 정치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스코트 상원의원(플로리다)은 상원 선대본부를 통해 전국위가 모금한 정치자금 대부분을 온라인·모바일 캠페인에 소진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를 끌어내리려면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할까요?’ ‘앞으로 선거에서 바이든과 그 무리의 뿌리를 뽑아야 하겠죠’ 같은 극단적인 문구를 동원한 온라인 정치광고를 내보는데 엄청난 돈을 썼다는 것이다.
스코트 선대본부장의 전략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16년 대선 승리 당시의 공식을 그대로 채용한 것이다. 당시 트럼프 진영은 이같은 온라인·모바일 캠페인을 통해 고졸 이하·중산층 이하·블루칼라 백인층의 엄청난 결집과 지지를 끌어냈고 이들의 적극적 투표를 통해 대선 승리를 따냈다.
스코트 의원은 이를 벤치마킹해 11월 중간선거에서도 그대로 사용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공화당조차 당혹스러울 정도로 참담하다는 게 중론이다. 한창 TV광고 등을 통해 자신을 알려야 하는 공화당 후보들이 중앙당으로부터 엄청난 금액의 광고비를 감당할 수 있는 금전적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어서다.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스코트 의원의 선거전략에 대해 “공화·민주 양당 대선후보 두 명 중 한 명만 지지하면 끝인 대선과 달리 각양각색 인물이 출마하고 지역마다 다른 정치 정서를 표출하는 중간선거 특성을 완전히 무시한 후안무치”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신문은 “스코트 의원이 이끄는 공화당 상원선대본부가 심혈을 기울인 모바일·온라인 광고가 거의 공천이 끝난 공화당 후보들의 면면을 알리는데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면서 “남은 것은 공화당을 지지하는 백인층의 존재일 뿐, 유권자들은 아직도 공화당 후보들이 누군지 조차 모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미국 유권자들은 올해 들어 몰아닥친 엄청난 인플레이션과 경기불황 여파로 필수불가결한 생활비 외에 정치자금 기부 같은 부차적 지출을 꺼리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런 상황에 자국우선주의, 백인 우선적 정서만 자극하는 스코트 발(發) 공화당 온라인·모바일 캠페인이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고 있는 셈이다.
이를 반영하듯 정치모금에서 공화당은 현재 민주당에 크게 밀리고 있다. 총 모금액뿐 아니라 모금 집행, 잉여자금 등에서 모두 민주당보다 열세라는 게 워싱턴정가의 중론이다.
NYT는 “온건한 중도층까지 포괄하는 민주당의 정치자금 모금전략이 공화당의 극단적인 모금 슬로건보다 훨씬 더 큰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면서 “별로 인기 없는 조 바이든 행정부과 민주당을 이번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고 여기는 공화당의 확신이 사실로 증명될지 두고 볼 일”이라고 평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