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산업의 4개 주요국(칩4) 간에는 협력할 영역이 분명히 있습니다.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우호국간 공급망 구축)은 같은 생각을 지닌 경제 주체들이 함께 협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존 뉴퍼()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 회장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한국 특파원단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한국의 ‘칩4’ 참여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드러냈다. 뉴퍼 회장은 “지금은 한·미가 매우 긴밀하고 신중히 협력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라며 “일반적인 반도체 정책뿐 아니라 중국과 관련해서도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먼저 미국이 반도체 위기를 겪게 된 배경에 한국 등 다른 국가의 보조금 정책이 있다고 주장했다.
뉴퍼 회장은 “한국 등 국가들이 제조업에 대한 ‘인센티브 게임’에 참여해 미국의 제조 기반이 침식됐다”고 말했다. 이어 “최첨단 로직 칩이 모두 미국 밖에서 제조되고 있다”며 “미국은 혁신 게임에서도 뒤처져 있다”고 했다. 미국은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아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났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게 반도체지원법(Chips Act)이라는 것이다.
뉴퍼 회장은 그러나 “우리가 전 세계 모든 반도체 생산을 다시 미국으로 가져오려는 게 아니다”며 “균형을 다시 맞추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반도체 분야에서 (한·미) 양국 관계는 이미 매우 보완적이어서 법이 협력을 더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도체법에는 미국 내 신규 투자 기업에 재정 지원과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대신 해당 기업이 향후 10년간 중국에 신규 투자를 할 수 없도록 하는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이 담겨 있다.
뉴퍼 회장은 이에 대해 “미국 기업 매출에서 중국 비중이 약 35%다. 중국 같은 주요 시장에 대한 접근이 줄어들면 경쟁우위를 유지하기 힘들어진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삼성과 SK하이닉스 같은 기업이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할 수 있도록 상무부 등이 ‘법 시행 지침’에 충분한 유연성을 제공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뉴퍼 회장은 “(가드레일은) 미 의회가 기술 정책에 있어서 중국을 매우 불안하게 여긴다는 정치적 현실을 반영한다”면서도 “(중국 견제와 기업 경쟁력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IA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 3분의 2를 회원사로 두고 있다. 뉴퍼 회장은 미 무역대표부(USTR) 아시아태평양 담당 부대표 등을 지냈고 2015년부터 SIA 회장을 맡았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