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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위기에 아우토반 ‘속도 무제한’ 명성 끊어지나


독일의 고속도로 ‘아우토반’은 자동차의 최대 시속을 제한하지 않는 것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1932년 쾰른~본 고속도로를 시작으로 90년간 최대 시속 무제한의 명성은 히틀러 정권이 일으킨 제2차 세계대전 기간은 물론 지금까지 단 한번도 끊긴 적이 없었다. 대도시 주변과 진입로 등에 ‘권장시속 100㎞’ 안내판이 붙어있긴 하지만 이마저 운전자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강제조항은 아니다.

그런데 이 아우토반의 속도 무제한 명성이 우크라이나전쟁에 따른 에너지란으로 깨질 위기에 처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6일(현지시간) “겨울을 앞두고 러시아가 유럽 직통 천연가스 공급통로인 ‘노스트림1’을 잠그는 바람에 전유럽이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독일 내에서 아우토반도 자동차 속도 제한을 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독일 정부가 ‘운전자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속도 제한 요구를 거부하고 있지만, 여전히 찬반 여론이 팽팽하다”고 전했다.

아우토반 속도 제한 주장을 처음 꺼낸 것은 독일 녹색당이었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으로 국민 대다수가 난방 냉방은 물론 전기사용까지 줄이는 마당에 아우토반을 달리는 자동차들의 속도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휘발유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마당에 석유수입에 쓰여지는 국가제정을 줄여 러시아산 천연가스 대체 수입선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끄는 사민당 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녹색당의 주장에 독일 환경부도 동조하는 보고서를 발간하며 가세했다. 보고서 내용은 “아우토반 시속 100㎞, 일반도로 시속 80㎞ 속도제한을 시행한다면 매년 20억ℓ의 연료를 절약할 수 있고, 이렇게 절감된 휘발유 수입금액으로 액화천연가스(LNG)를 더 사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연정의 또 다른 파트너인 자유민주당은 “일방적인 규제로 아우토반 속도 제한을 가한다고 에너지 위기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강력 반대했다.

일단 독일정부는 여러 부처의 의견을 종합해 아우토반 속도 제한을 시행하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여전히 찬반 논쟁이 현재 진행 중이다.

NYT는 “아우토반 속도 제한 논쟁은 마치 미국의 총기휴대 금지 도입 문제처럼 찬반 양 진영이 팽팽하게 맞서 있다”며 “세계 유일의 무제한 속도로 명성을 얻은 아우토반의 위기 자체가 에너지 대란을 겪는 유럽의 생존 분투기”라고 논평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