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살 여자아이가 지난 6일(현지시간) 태국 어린이집 총기 난사 사건에서 살아남았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 아이는 범인의 무차별 총격 당시 잠이 든 상태로 담요를 덮고 있어 화를 피할 수 있었다.
AP통신 등은 9일 영유아 24명 등 38명이 사망한 태국 총기 난사 사건에서 살아남은 파위누치 수폴웡(3)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아이의 어머니는 AP통신에 “딸은 깊이 잠들어 있었고, 바닥에 누워 담요를 덮고 있었다”며 “그 사이 범인이 어린이집을 뚫고 들어와 주변에 누워있던 동급생을 살해했다”고 말했다.
범행 당일 어린이집에서는 평소와 같은 미술 수업과 국어 수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어린이집 교사들은 미소 짓고 있는 아이들의 사진을 찍어 부모들에게 전송했다. 약 2시간 뒤 ‘낮잠 시간’이 시작됐을 때 마약 소지 혐의로 해고된 전직 경찰 판야 캄랍(34)이 침입해 잠든 아동과 교사를 총과 흉기로 살해했다.
태국 당국은 이후 범행 현장에서 담요로 덮여있는 수폴웡을 발견했다. 당국은 수폴웡이 생존한 것을 인지하고 즉시 아이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갔다. 아이의 친구들이 아직 잠들어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른 아이들이 살해당했을 때 수폴웡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BBC는 전했다.
어린이집 총기 난사 희생자들의 장례는 전날 시작됐다. 희생자들은 나끌랑구 소재 사원 세 곳에 나뉘어 안치됐다. 장례식에 참석한 시민 캄퐁은 “어리고 순진한 아이들이 너무 빨리 세상을 떠났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태국은 이번 참사를 계기로 총기 규제 논의에 나서기로 했다. 경찰위원회 부위원장인 치타팟 끄리다꼰 민주당 의원은 총기 소지와 총기 범죄를 통제할 장단기 대책이 위원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합법적인 총기 소지 요건 강화와 총기 면허를 2~3년 단위로 갱신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스위스의 국제무기조사단체 스몰암스서베이의 2017년 조사에 따르면 태국에는 400만 정의 불법 총기를 포함해 약 1000만 정의 개인 소유 총기가 있다. 그해 태국에서 발생한 강력 범죄의 77.5%에 해당하는 3만6000여건에 무허가 총기가 사용됐다. 치타팟 의원은 “모든 정당이 모여 이 문제를 다뤄야 할 시점”이라며 “경찰위원회 부위원장 자격으로 하원에서 총기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