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고위 관리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아져 금리 인상을 멈추면 글로벌 달러 강세 현상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달러 강세 기조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spillover·스필오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달러 강세로 인해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제임스 블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15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합동 연차총회 중 진행된 별도 행사에서 “연준 정책이 강한 달러를 만들어 냈다”며 “놀라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항상 이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상된) 금리가 인플레이션에 의미 있는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지점에 도달하면 (연준이) 금리를 더 올릴 필요가 없기 때문에 (통화 강세가) 완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블라드 총재는 또 “그 시점에 다른 중앙은행들이 더 공격적으로 정책을 조정하면 달러의 다른 움직임을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블라드 총재는 연준이 금융 시장 혼란을 상대적으로 적게 발생시키며 금리를 인상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로(0)는 아니지만, 금리 인상 속도를 감안할 때 예상할 수 있는 것보다 (혼란이) 상대적으로 낮았다”고 말했다. 또 ‘프런트 로딩’(선제 대응)을 언급하며 “연준의 추가 긴축이 올해 말이나 내년 1분기 발생하더라도 거시 경제적 관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워싱턴DC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에서 열린 특파원단과 간담회에서 “IMF·WB 합동 연차총회에서 강달러에 따른 스필오버가 논의의 주요 주제였다”며 참석국들의 우려를 설명했다. 그는 “저소득국은 식량·에너지 가격 급등과 강달러로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최근 IMF 구제금융을 요청한 나라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또 “아시아에서는 요청한 나라가 거의 없었는데 지금 많이 준비한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 등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높아서 당분간 물가안정을 위해 계속 금리를 올리는 추세를 가져가야 한다면서도 동시에 그런 정책이 미치는 여러 스필오버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다른 나라에 대한 미국의 배려가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기본적으로 자국 인플레이션 등 상황을 우선하는 것이어서 거기서 벗어나라고 요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과거 경험이나 달러가 차지하는 위치를 볼 때 (미국도) 해외에 미치는 스필오버와 그로 인한 스필백(spillback·역파급)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금리 인상 기조가 언제까지 갈지 우려가 크지만, 일부 사람들은 계속 갈 수 있는 게 아니니 조만간 트렌드가 바뀌지 않겠느냐는 말을 했다”며 “지금까지는 기대치가 환율 절하 한 방향이었는데, (연준) 트렌드가 바뀌면 환율 트렌드도 바뀌지 않겠느냐는 논의도 있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민주당 소속 티나 코텍 오리건 주지사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포틀랜드 지역을 찾은 자리에서 달러 강세 현상에 대한 기자들 질문에 “달러 강세는 걱정하지 않는다. (미국) 경제는 지독히 강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가 걱정하는 건 세계 나머지 부분”이라며 “다른 나라들의 경제성장과 견실한 정책 부족이 문제”라고 말했다. 또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그것이 중대하다”고 말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영국 파운드화 가치 급락 등 금융시장 혼란을 가져온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의 경제 정책에 대해 “그것이 실수라고 생각한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그동안 백악관은 트러스 총리를 둘러싼 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자제해왔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