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폐막이 사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시진핑 3기’ 최고 지도부 인선이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9일 시 주석의 ‘브레인’으로 불리는 왕후닝(67) 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서기처 서기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현재 당 서열 5위인 왕후닝이 상무위원에 유임되고 국가주석과 총리에 이은 서열 3위로 승진하면 차기 지도부의 핵심이 된다는 의미다. SCMP는 전날 소식통을 인용해 시 주석을 제외한 정치국 상무위원 6명 중 4명이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학자 출신 정치인인 왕후닝은 15년 동안 당 정치국의 정책 및 문서 작성을 담당하는 중앙정책연구실 주임을 지내다 2017년 상무위원에 발탁됐다. 공산당 당장(당헌)에 명기된 장쩌민 전 주석의 ‘3개 대표론’과 후진타오 전 주석의 ‘과학적 발전관’의 이론적 틀을 잡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 전면적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만든다는 시 주석의 핵심 청사진도 왕후닝의 머리에서 나왔다고 SCMP는 전했다. 그런 그가 시진핑 집권 3기 전인대 위원장이 되면 시 주석의 장기 집권을 입법 측면에서 뒷받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인대는 중국 최고 권력기관으로 헌법 개정, 법률 제정, 국가 예산 심사 및 승인 등의 권한을 갖고 있다. 2018년 국가주석 임기(5년)를 2연임으로 제한한 헌법 조항을 삭제하며 시 주석의 장기집권 토대를 닦은 것도 전인대고 홍콩의 반중국 세력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국가보안법을 제정한 것도 전인대다. 시 주석이 대만 통일 등의 과업을 달성하려 할 때 전인대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한때 리커창 총리가 전인대 상무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현재로선 그가 은퇴를 선택했다는 설에 무게가 실린다.
총리 인선에 대해선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시 주석의 측근 중에선 리창 상하이시 당 서기와 딩쉐샹 당 중앙판공청 주임, 천민얼 충칭시 당서기, 리시 광둥성 당 서기 이름이 오르내린다. 이와 함께 후진타오 전 주석 계열의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출신 왕양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과 후춘화 부총리도 거론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중국이 후춘화 시대의 시작을 카운트다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후춘화 총리설의 근거는 시 주석이 3연임을 확정하는 대신 이를 반대하는 세력과 타협하는 차원에서 시자쥔(시진핑 측근 그룹)이 아닌 공청단 인사를 발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59세인 후춘화는 공청단의 대표 주자로 후진타오가 집권 2기를 시작하면서 격대지정 원칙에 따라 차기 지도자로 낙점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시 주석은 2017년 19차 당 대회 때 후춘화를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발탁하지 않았고 후계자도 따로 지명하지 않았다.
중국 총리는 서열상으로는 2위이지만 정치국 상무위가 시진핑 세력으로 채워진다면 실제 영향력은 제한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시 주석은 자신의 경제 책사였던 류허 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줘 리 총리가 제 역할을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점에서 ‘후춘화 총리’는 시 주석을 견제하는 카드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시 주석 권위에 도전하지 않는 약한 2인자에 머물 수도 있다.
반면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공산당 지도자들과 가까운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리창 상하이 당 서기가 총리 후보군 중 선두주자라고 전했다. 리창은 시 주석이 저장성 당 서기였을 때 비서실장 격인 저장성 당위원회 판공청 주임을 맡은 것을 계기로 심복이 됐다. 2017년 상하이 당 서기에 오르면서 차기 상무위원 진입은 따 놓은 당상처럼 여겨졌지만 지난 4월부터 두 달 넘게 이어진 상하이 봉쇄로 방역 책임론이 불거져 입지가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국의 경제 수도로 불리는 상하이 봉쇄는 경기 회복을 더디게 했을 뿐 아니라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반발과 회의를 불러왔다. 이 때문에 시 주석이 리 서기를 총리로 발탁하기엔 부담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