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를 향해 핵무기를 사용하지 말라고 재차 경고했다. 우크라이나가 방사능 무기 ‘더티 봄’(dirty bomb)을 사용할 수 있다는 러시아 주장이 연일 반복되자 긴장을 관리하기 위한 압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코로나19 백신 접종 행사 후 ‘러시아가 더티 봄이나 핵무기 배치를 준비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나는 오늘 그것을 논의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며 “러시아가 전술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실수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것이 (러시아의) ‘거짓 깃발’ 작전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며 “그러나 그것은 심각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패트릭 라이더 미국 국방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더티 봄이나 다른 유형의 핵무기를 배치한다면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이러한 결과를 다양한 수준에서 러시아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더티 봄은 재래식 폭탄에 방사성 물질을 채운 폭탄이다.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가 자국을 상대로 이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드미트리 폴리안스키 유엔 주재 러시아 부대사는 이날도 기자들과 만나 “정보기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가 더티 봄을 설치하는 곳이 두 곳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자포리아 원전의 사용 후 핵 원료 저장시설에서 비밀리에 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러시아를 비난했다.
라이더 대변인도 이에 대해 “러시아의 주장은 명백한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러시아가 더티 봄 등을 사용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리는 모든 종류의 핵 또는 방사능 폭발을 탐지하는 정교한 기술적 수단을 유지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러시아가 핵무기나 더티 봄을 배치하려는 결정이나 의도가 있다는 어떤 신호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라이더 대변인은 러시아로부터 대규모 핵전쟁 훈련인 ‘그롬’(Grom·우뢰)을 실시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이는 러시아가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일상적 훈련”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는 투명하게 공지를 해야 하는 군비통제 의무를 따르고 있다”며 “현시점에서는 더 제공할 정보가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매년 10월 말 그롬 훈련을 해왔다. 러시아는 그롬 훈련 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기도 했는데, 이는 신(新)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에 따라 미국에 사전 통보해야 하는 사항이다. 미국은 이번에도 미사일 발사와 전략 자산 배치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라이더 대변인은 러시아가 군사훈련을 핵무기 이동의 명분으로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과 관련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군 준비태세를 변경하지 않았고, 현시점에서 전략 태세를 바꿀 어떤 필요성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국을 비롯한 나토도 지난 17일부터 연례 핵 억지 연습인 ‘스테드패스트 눈’을 시작했다. 미국의 B-52 전략폭격기를 포함해 14개국의 항공기 약 60대가 참여하는 훈련으로 30일까지 진행된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