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예상을 깬 민주당의 중간선거 선전 이유 중 하나로 낙태권 이슈와 여성들의 투표 참여를 들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하워드 극장에서 열린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연설에서 “(선거일이었던) 화요일은 미국에 좋은 날이었고, 민주주의에 좋은 날이었다. 민주당엔 강력한 밤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여러분들 모두가 낙태 금지론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며 “낙태권 박탈을 지지하는 이들은 미국에서 여성의 힘을 전혀 모르고 있지만, 이제 그들이 알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는 중간 선거 후 바이든 대통령이 대중을 상대로 처음 한 연설이다. 앞서 그는 전날 백악관에서 기자 간담회를 통해 선거 소회를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6월 연방대법원이 내린 낙태 금지 판결에 대해 “가장 터무니없는 것 가운데 하나”라면서 “이번 선거에서 미국 여성들은 목소리를 냈다”고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향후 연방의회 차원에서 낙태권을 성문법으로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공화당의 전국적인 낙태 금지법안 추진 가능성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약속했다.
여당인 민주당은 하원 선거에서 공화당에 참패하고 상원도 내줄 위기에 처했다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개표 결과 예상외로 하원이 근소한 차이로 패배할 가능성이 크고 상원은 승리 여지를 남기는 등의 결과가 나왔다.
민주당의 선전 배경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언급한 ‘낙태권’이 실질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보수 우위로 재편된 미국 대법원은 1973년 대법원에서 내린, 임신 6개월까지의 여성의 낙태를 합법화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지난 6월 공식 폐기했다.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행정력을 동원해 여성의 낙태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자 했다. 공화당은 15주 이상 임신 상태에선 미국 전역에서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맞서 민주당도 낙태권을 유지하기 위한 입법을 약속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워싱턴DC 하워드 극장 연설에서 “낙태권이 중요하다면 투표해야 한다”라면서 “중간선거에서 승리하면 의회에 보낼 첫번째 법은 낙태권 성문화법이 될 것”이라고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실제로 CNN 보도에 따르면 에디슨리서치가 CNN, NBC, ABC 등 미국 방송사의 의뢰를 받아 실시한 출구조사 결과에서 유권자 32%가 투표에 영향을 미친 핵심 요인으로 인플레이션을 꼽았고, 27%가 낙태 문제를 거론했다. 이어 범죄(12%)와 총기 정책(12%), 이민문제(10%)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중간선거가 끝난 지 3일이 지났지만, 우편투표 등에 대한 개표 지연 등으로 일부 지역구에서 개표가 완료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중간선거의 최종 결과는 다음 달 6일 조지아주 상원 결선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공화당이 승리하면 상원은 50대 50 동수를 이루고, 민주당이 승리하면 당연직 상원의장인 부통령이 캐스팅 보트가 돼 민주당이 다수당을 구성하게 된다.
이지민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