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am News

‘美가 반도체 지배’ 러몬도 상무장관, 바이든 행정부 ‘떠오르는 별’로 주목


지난 9월 말 미국 인디애나주 퍼듀대. 지나 러몬도(51·) 미 상무장관은 교직원과 학생들 앞에서 “너무 흥분되는 순간이다.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연락해 달라”고 연설했다. 캠퍼스 바로 옆에 대규모 반도체 생산공장을 신설키로 한 글로벌 파운드리 스카이워터테크놀로지(SKYT)의 토마스 손더먼 최고경영자(CEO)를 소개하는 자리였다.

SKYT의 공장 신설은 러몬도 장관이 주도한 ‘반도체육성법’에 따른 것이다. 반도체 연구·생산시설을 미국 내에 새로 짓는 기업에 연방정부가 신속히 개입해 각종 혜택을 주겠다는 게 법의 골자다.

러몬도 장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집권 초부터 추진해온 반(反)중 무역·경제질서 확립의 틀을 짠 인물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7일(현지시간) “역대 정부에서 세계 외교 질서를 주도하는 국무장관이 늘 주목받았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떠오르는 스타(rising star)’는 러몬도 장관”이라며 “그가 1000억 달러(약 133조원) 예산 사용이라는 큰 도전을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버드대·예일대 법학대학원·옥스퍼드대 로즈장학생 출신인 러몬도 장관은 벤처캐피털 창업으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2010년 정치에 입문해 2014년 로드아일랜드 주지사에 당선됐다. 주지사 시절 감세와 규제 완화, 최저임금 인상, 대학 등록금 면제 등을 주도했다. 민주당원이면서도 경제 활성화를 위해선 공화당의 감세 정책을 끌어다 쓰는 유연함을 보여줬다.

지난해 3월 상무장관에 임명된 그는 바이든 행정부의 간판 정책이 된 반도체육성법을 처음부터 끝까지 설계했다. 공공부문은 물론 민간부문의 각종 정보통신(IT) 기기에서 중국산 반도체를 완전히 배제하고 글로벌 파운드리 기업의 미국 내 생산기지 건설을 촉진해 ‘반도체 최강국’이란 타이틀을 되찾도록 한다는 취지였다.

러몬도 장관은 이제 상무부 연간 예산의 10배에 이르는 연방 IT기업 지원 예산 1000억 달러를 효과적으로 써야 하는 시험대에 섰다. NYT는 “이 예산으로 한국 대만 네덜란드의 첨단 반도체 기업을 어떻게 미국 안으로 끌어들이느냐에 따라 미국 전체 산업의 운명이 바뀔 수 있다”고 분석했다.

러몬도 장관의 야심은 이번 계획을 통해 IT기기·자동차·정밀기계·항공기·선박 등 모든 산업에 사용되는 반도체 생산을 미국이 장악한다는 것이다. NYT는 “만약 이 야심이 실현된다면 그 영향력은 세계 경제는 물론 국제 정치, 미국 정치 구도까지 미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