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봉쇄에 반대하는 시위가 중국 전역으로 번지면서 1989년 제2의 천안문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영미권 외신들은 현재 시위가 천안문 사태 때보다 확산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고 시진핑 국가주석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강경 대응으로 일관할 경우 사태가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7일(현지시간) 현재 중국의 봉쇄 반대 시위가 천안문 사태와 다른 특징 2가지를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천안문 시위는 주로 베이징에 국한됐지만 현재의 시위는 지리적으로 훨씬 더 널리 퍼져 있고 과거와 달리 다른 도시의 시위 상황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한번 불이 붙으면 걷잡을 수 없이 번질 수 있는 환경이라는 얘기다.
저항의 대상과 목표가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분명한 것도 천안문 사태 때와 다르다. 제로 코로나 정책은 중국이 운영되는 방식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 정도로 반향이 큰 사항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외신들은 3연임을 시작한 시 주석이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전역의 시민 항의를 자세히 설명하며 “3연임으로 수십 년 동안 가장 지배적인 지도자의 지위를 확고히 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시 주석에게 새로운 압력을 가했다”고 평가했다. NYT는 중국의 시위대가 ‘민주주의와 법치’ ‘표현의 자유’ 등 민주화에 대한 갈망을 드러낸 점에도 주목했다. 그러면서 “1989년 천안문 광장에서 민주적 변화를 요구했던 것처럼 이번 불만이 서로 다른 배경을 지닌 시위자들을 협력하게 한다면 공산당의 가장 큰 두려움이 현실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코로나19 확산을 피하려고 ‘통제’에 베팅했던 시 주석이 이제 그 통제 때문에 분노에 직면했다”며 체스에서의 ‘추크츠방’(악수를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을 뜻하는 체스 용어)에 빠졌다고 평가했다.
관건은 시위에 대한 시 주석의 대응 기조다. 강경 일변도로 대응할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가디언은 “시 주석은 시위를 자신의 코로나 정책뿐만 아니라 공산주의 이념과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반대 의견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 주석은 2013년 당 총서기에 임명된 후 “이념적 방어가 뚫리면 다른 방어가 매우 어렵다”며 공산주의 수호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현재의 시위가 공산주의를 위협할 경우 시 주석이 강경 진압에 나설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외신들은 홍콩 반정부 시위대를 탄압했던 폭력적인 수단이 중국 본토에서도 사용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디언은 “시 주석에게 이번 사태는 세계 무대로 돌아온 지 불과 몇 달 만에 그의 국제적 위신에 타격을 주는 것”이라며 “그는 이제 치명적으로 보일 위험이 있고, 위험할 정도로 고립됐다”고 평가했다.
박재현 기자,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