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자행한 ‘부차 학살’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나왔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부차에서 대낮에 자전거를 타고 가는 민간인을 향해 총격을 가하는 만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뉴욕타임스(NYT)는 6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증거를 확보했다면서 우크라이나군이 공중촬영한 동영상을 공개했다. 러시아군이 부차를 점령했던 지난달 촬영된 이 동영상을 보면 일상복을 입은 민간인이 자전거를 타고 교차로에 접근했다.
이 민간인이 교차로를 앞두고 자전거에서 내려 걸어서 모퉁이를 도는 순간 러시아군의 기갑전투차량에서 발포가 시작됐다. 이어 또 다른 기갑전투차량까지 피해자를 향해 발포하자 현장에선 화약 연기와 먼지가 피어올랐다. NYT는 별도의 검증 과정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이 촬영한 동영상이 조작된 게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NYT는 또 수주 후 러시아군이 부차에서 철수한 뒤 동영상에 찍힌 부차의 사건 현장에서 민간인 피해자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동영상과 같은 옷차림을 한 피해자와 함께 그 주변에는 기갑전투차량에서 사용되는 중화기 흔적이 남아 있었다.
‘부차 학살’에 대해 미국과 유럽 등 국제사회는 러시아군의 행위를 전쟁범죄로 규정하고 규탄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조작이라며 발뺌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부차 학살’을 ‘중대전쟁범죄’로 규정하고 더욱 가혹한 제재 등으로 러시아에 책임을 묻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힐튼 호텔에서 열린 북미건설노동조합 행사 연설에서 “(부차에서) 민간인들이 무참하게 처형됐다. 시신들이 거대한 무덤 속에 버려졌다”며 “책임 있는 국가들이 함께 모여 이 가해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해자들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한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다.
러시아군이 부차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류드밀라 데니소바 우크라이나 의회 인권감독관은 이날 키이우(키예프) 북서쪽에 있는 소도시 호스토멜이 러시아군에 의해 점령된 35일간 주민 400명 이상이 실종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목격자들은 주민 일부가 살해됐다고 말했으나 그 행방은 지금껏 확인된 바 없다”고 덧붙였다.
호스토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점령된 지역으로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 정황이 나온 부차와도 인접해 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