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상당한 손실을 입었다고 시인했다. 러시아가 자국군의 피해가 크다고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8일(현지시간) 영국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이 상당한 손실을 입었다”며 “이는 우리에게 엄청난 비극”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군의 구체적인 피해 정도를 묻자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며 말을 아꼈다.
러시아군의 피해 정도를 두고 러시아 측과 서방은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달 25일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군인 1351명이 숨지고, 3825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반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러시아군 희생자가 최소 7000명에서 최대 1만5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며 러시아가 사망자 수를 축소발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1일에는 러시아의 친정부 성향 언론이 러시아군 사망자가 1만명에 육박한다는 보도를 했다가 즉시 삭제하는 일도 있었다.
스카이뉴스 등 외신은 러시아 당국이 자국 병력 손실이 크다고 인정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페스코프 대변인은 부차에서 발생한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 정황에 “우리는 거짓의 시대에 살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러시아가 민간인을 학살하지 않았다는 말을 전 세계가 믿어줄 것으로 생각하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우리는 민간인을 학살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부차에서의 모든 상황은 잘 꾸며진(well-staged) 암시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진행자가 “푸틴 대통령이 전범 재판에 서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느냐”고 묻자, 당황한 기색을 내비치며 “그렇지 않다”고 답하기도 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빠른 시일 내에 우리의 ‘작전’이 목표에 도달하거나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이 마무리돼 끝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서민철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