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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화당 내분… 강경파 반란에 개회일 의장 선출 실패


미국 공화당이 강경 보수파들의 반란으로 내분을 겪으면서 미 연방의회가 100년 만에 개회일 하원 의장을 선출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의장 선출 실패로 입법 과정도 전면 중단됐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다수당 출범 초반부터 당내 반발을 잠재우지 못하며 리더십 위기에 봉착했다. 공화당 내 강경파들의 무력시위가 힘을 발휘하면서 새 의회의 여야 갈등도 더욱 심화할 우려가 커졌다.

미 하원은 새 의회 개회일인 3일(현지시간) 전체 회의를 열고 하원의장 선거를 진행했다. 관례대로 공화당과 민주당은 원내 수장인 매카시 의원과 하킴 제프리스 의원을 각각 후보로 추천했다. 하지만 공화당 강경파가 매카시 원내대표를 반대해온 ‘프리덤 코커스’ 리더 앤디 빅스 의원 등을 추가로 추천했다. 공화당은 지난 중간선거를 통해 222석을 확보한 만큼 4석의 이탈표가 발생해도 매카시 원내대표의 의장 선출이 가능한 상태였다.

그러나 1차 투표에서 매카시 원내대표는 203표를 획득하는 데 그쳤다. 19명이 반란에 나선 것이다. 공화당은 반대파를 설득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1차 투표에서 6표를 얻은 짐 조던 의원이 매카시 원내대표 지지를 표명하면서 분위기도 반전되는 듯했다. 매카시 원내대표는 그러나 2차 투표에서도 203표를 얻어 반란을 잠재우지 못했다. 강경 보수파 등 19명은 이번엔 조던 의원을 지지했다. 이어진 3차 투표에서는 조던 의원 지지자가 20명으로 오히려 늘었다. 미 의회는 4일 정오 다시 회의를 속개해 재투표를 진행하기로 하고 휴회했다.

하원의장 선출을 위한 투표가 2차례 이상 진행된 건 1923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는 9번 투표 끝에 결론이 났다. 공화당 내분이 계속되면 하원 가동도 지연돼 정치적 혼란이 길어질 우려도 있다. 과반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투표가 계속되기 때문이다. 의장이 선출되기 전에는 새로 임기를 시작하는 의원들의 선서를 하지 못해 의회는 원구성 업무조차 수행할 수 없다.

강경 보수파는 표면적으로 매카시 원내대표가 조 바이든 행정부에 충분히 공격적이지 않다는 점 등을 문제 삼았다. 이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다양한 의사규칙 변경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면에는 강경파의 권력 분점 요구도 담겨 있다. 매카시 원내대표는 강경파를 설득하기 위해 법무부와 미 연방수사국(FBI)에 대한 조사위 구성이나 하원 의장 해임 요건 완화 등 요구 사항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중간선거 직후 매카시 원내대표의 의장 선출을 지지했었다. 그러나 이날 NBC뉴스와 인터뷰에서 계속 그를 지지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온종일 매카시 원내대표 지원을 요청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조던 의원과 그를 후보로 추천한 맷 개츠, 칩 로이 의원은 모두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반란표를 던진 20명 중 18명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사기 주장을 옹호했던 인물이라고 보도했다.

찰리 덴트 전 공화당 하원의원은 “누가 의장이 되든 권력을 휘두르고자 하는 극우 소수 의원의 변덕에 종속될 것”이라며 “당에는 울트라 마가(MAGA·트럼프 전 대통령 극렬 지지층)들이 많다”고 말했다.

CNN은 “하원 의장 선거가 어떤 식으로 결론 나더라도 공화당 강경파들은 당의 입법과 조사 의제 형성에 막대한 레버리지를 확보했다”며 “트럼프 당으로서의 이미지가 커졌고, 이는 주요 경합 지역에서 공화당의 극단주의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