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부총리가 천연가스를 무기 삼아 유럽을 협박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협박이 실패로 돌아갔다고 선언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5일(현지시간)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이 이같이 말하며 독일의 에너지 공급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운 낙관을 내비쳤다고 보도했다.
노르웨이를 방문한 하베크 장관은 요나스 가르 스퇴르 노르웨이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독일은 어려운 상황에 처했던 게 사실”이라며 “‘노르트 스트림 1’을 통한 천연가스 공급에 과도하게 의존했고, 대체 공급 채널에 필요한 기반시설을 갖춰놓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인정했다. 노르트 스트림 1은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관이다.
하베크 장관은 이어 “독일 또는 중부 유럽의 문제는 보유한 계란 절반이 ‘푸틴의 바구니’에 담겨 있었고 푸틴은 그것들을 파괴했다”고 지적하면서도 “독일은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의 조속한 건설, 노르웨이에서의 수입 확대 등의 다른 경로를 통해 러시아가 공급을 중단한 가스와 원유, 석탄을 대체하는 작업을 올해 초를 기준으로 이미 3분의 1가량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독일의 에너지 상황이 “아주 빠듯하고 복잡하다”면서도 낙관적인 전망을 밝혔다. 하베크 장관은 “현재로서는 독일의 (에너지)저장고는 90%가량 차 있고, 우리는 올겨울을 견딜 수 있다. 가스값은 계속 내려가고 있다”며 유럽이 올겨울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온화한 날씨를 누리고 있는 까닭에 겨울이 끝나는 시점에도 가스 저장고가 완전히 바닥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현재 유럽은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상당수 지역의 기온이 섭씨 20도까지 치솟는 등 이상고온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가스를 무기로 유럽을 굴복시키려던 푸틴의 노림수는 힘을 잃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이 러시아를 상대로 광범위한 징벌적 경제 제재를 단행하자 유럽행 가스관을 차단하는 카드로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높은 유럽을 압박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 유럽연합(EU)은 전체 천연가스 수입의 40%를 러시아에 기대고 있었다.
특히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55%에 달했던 독일은 작년 12월 북해 연안 빌헬름스하펜에 이동식 LNG터미널을 완공해 미국에서 LNG를 공수하는 등 대체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는 한편 겨울철을 앞두고 가스 저장고를 채우는 데 주력해 왔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