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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치킨은 인종차별적 메뉴’…美급식업체 사과


미국 뉴욕의 한 중학교에서 급식으로 수박과 프라이드치킨을 제공했다가 ‘인종차별’이라는 반발에 직면하자 급식 납품업체가 공식 사과하는 일이 일어났다.

CNN, WABC 등 매체들은 6일(현지시간) 급식 납품업체인 ‘아라마크(Aramark)’가 흑인에 대한 인종적 편견이 담긴 식사를 공급했다가 비판받고 있다며 “이 사건은 흑인들이 잘못된 고정관념과 싸우는 최신 사례”라고 소개했다.

뉴욕 나이액중학교 학생들은 지난 1일 급식으로 수박, 프라이드치킨, 와플을 제공받았다. 학생 오노레 산티아고는 WABC에 “수박철이 아니었기 때문에 조금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이 학교 학생과 학부모들은 즉각 ‘인종차별적 메뉴’라며 학교 측에 거세게 항의했다.

해당 메뉴가 문제가 된 것은 흑인이 이 음식을 좋아한다는 인종차별적인 편견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흑인이 수박을 좋아한다’는 편견의 기원은 19세기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역사가들에 따르면 수박은 지저분하고, 공개적으로 먹기에 좋지 않은 음식을 상징한다. 또 수박은 미국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유통되는데다 크기가 큰 만큼 오랫동안 먹을 수 있어 ‘흑인에게 어울리는 게으른 음식’이라는 시선도 있다.

과거 노예제도가 있던 시절엔 ‘수박 하나만 던져줘도 좋아하는 게 흑인’이라는 말이 통용될 정도였다. 수박뿐 아니라 프라이드 치킨, 와플 등을 좋아한다는 선입견도 코미디나 각종 TV프로그램 등 대중문화를 통해 자주 언급됐다. 해외에서 한국인을 향한 인종차별적 편견이 ‘개고기’라는 음식으로 표상되는 것과 유사하다.

논란이 커지면서 데이비드 존슨 교장은 공식 성명을 통해 급식을 제공한 업체 ‘아라마크’를 공개 비판했다. 존슨 교장은 “치킨을 메인 메뉴, 수박을 디저트로 제공한 것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몰상식한 행위였다. 아라마크가 보여준 인종차별에 대한 둔감증에 (업체를 대신해) 나이액 지역 주민들에게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존슨 교장은 “이날 메뉴가 원래 계획했던 것과 달리 변경됐다”고 지적하며 아라마크 측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메뉴를 변경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내비쳤다. 실

이러한 의심이 불거지는 건 2월이 흑인들의 민권 투쟁 업적을 기리는 ‘흑인 역사의 달’이기 때문이다. 업체 측이 흑인들의 역사를 희화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메뉴를 변경했다는 의혹인 것이다.

나이액중학교의 성명 공개 후 아라마크 대변인은 “부적절한 점심 식사 메뉴였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공식 사과문을 올렸다.

이 업체는 2018년에도 유사한 논란에 휩싸였던 바 있다. 뉴욕대학교의 식당 메뉴로 ‘수박맛 음료’를 제공했는데 당시 뉴욕대의 흑인 학생회가 이를 문제 삼았고 대학 측은 아라마크와의 급식 공급 계약을 중단했다.

류동환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