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발생 3일째에 접어드는 튀르키예에서 미흡한 정부 대응으로 피해지역 주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AFP통신은 7일(현지시간) 가지안테프 지역에서 정부의 지지부진한 대응에 분노한 시민들이 반란을 일으켜 경찰이 출동했다고 보도했다. 진앙에서 33㎞ 떨어진 가지안테프는 피해가 가장 큰 지역이다.
가지안테프에서 실종된 사촌을 찾고 있는 에부르 피라트(23)는 “1분 1초가 중요한 시간에 재난 발생 후 첫 12시간 동안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하지 않았다”며 “더 흘릴 눈물도 남아 있지 않다”고 분노했다. 6일 저녁 구조대가 도착하기 전까지 시민들은 지역 경찰들과 함께 폐허가 된 도시를 맨손으로 뒤지며 생존자를 찾아야 했다.
무너진 건물 속에 갇힌 형과 조카들을 찾고 있는 셀랄 데니즈(61)씨도 “1999년 이후 정부가 걷어간 우리 세금이 모두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튀르키예 정부는 99년 북서부 도시 이즈미트에서 발생한 규모 7.4의 지진으로 1만7400명이 사망한 후 재난 예방과 비상 서비스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지진세’를 도입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금까지 지진세로 약 880억 리라(5조8000억원)의 세금이 걷힌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그러나 지진세가 어떻게 쓰였는지는 공개된 바가 없다.
이번 지진으로 5월 14일 조기 대통령선거를 앞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는 1999년 이즈미트 지진과 2001년 경제 위기에서 정부 대응이 형편없었다는 심판론 속에 2002년 조기 총선에서 권력을 잡은 뒤 20년째 장기집권 중이다.
로이터통신은 “지진 관련 건축 규제 등 행정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거나 이번 재해 대응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제기되면 에르도안의 대선 전망이 어두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네르 차압타이 워싱턴극동연구소 터키연구국장은 “이번 지진이 ‘강력하고 전제적이지만 효율적’이라는 에르도안의 이미지를 무너뜨릴 수 있다”며 “재해 대응에 달려 있으므로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