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7.8과 7.5의 두 차례 강진으로 인한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사망자가 9일(현지시간) 2만명을 넘어서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2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2만1000명을 넘어섰는데, 실종자와 부상자가 워낙 많아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상 악화와 식량·의약품 부족도 겹치면서 피해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BBC에 따르면 사망자는 10일 오전 2시(현지시간) 기준 최소 2만1051명이다. 튀르키예에서 1만7674명, 시리아에서 5245명이 사망했다. 부상자 수는 10만명에 육박한다. 이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사망자 수(1만8500명)를 훌쩍 넘어선 수치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10만명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이번 지진 피해를 복구하는 데 10년 이상이 소요될 수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지 전문가들은 최대 20만명의 시민이 여전히 무너진 건물 잔해에 갇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 인명 피해가 얼마나 클지는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튀르키예의 대표적인 지진 과학자인 오브군 아흐메트는 붕괴한 건물 아래에 갇혀 있는 시민들이 2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아흐메트는 “세계는 이런 재난을 본 적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명구조 전문가들은 지진으로 인한 매몰자가 생존할 수 있는 시간은 일반적으로 72시간으로 보고 있다. 일란 켈만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재난보건 교수는 “지진 생존자의 90% 이상이 72시간 이내에 구조됐다”며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경우에는 눈과 비를 동반한 영하의 날씨 탓에 건물 잔해에 갇힌 사람들이 저체온증 등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기상 악화와 물자 부족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눈비와 강추위가 이어지면서 구호인력과 장비가 제때 도착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구조를 기다리다 저체온증으로 사망하는 희생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2년째 내전을 겪고 있는 시리아 북부에선 식량과 의약품, 연료 부족 현상이 특히 심각하다. 최소 400만명이 구호기관 도움 없이는 물과 식량 등을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리아 의사인 모하메드 하순은 BBC에 “우리가 가진 의료용품으론 시리아 북부의 수요를 20%도 못 채운다”며 “제발 더 많은 사람을 치료하도록 의료용품과 원조, (의료진) 훈련을 확대해달라”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구호 사각지대로 꼽혔던 시리아 서북부 반군 장악 지역에는 이날 도움의 손길이 처음 닿았다는 점이다. 로이터통신은 구호물자를 실은 트럭이 시리아 서북부 국경을 넘어 반군 장악 지역으로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으로 전 세계 95개국과 16개 국제단체가 지원을 약속한 튀르키예와 달리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시리아는 상당수 국가로부터 직접 원조를 받지 못하고 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