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정찰풍선으로 중국 영공을 침입했다는 중국 발표를 거짓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백악관은 국방부와 국무부 등 주요 부처가 참여하는 범정부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중국 정찰풍선 등 고고도 비행물체 분석과 대응을 집중하기로 했다.
에이드리언 왓슨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13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중국 상공에서 정찰풍선을 운영한다는 주장은 거짓”이라며 “중국이 (자국) 피해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최근 사례”라고 일축했다. 그는 “중국은 자국이 미국으로 보낸 스파이 풍선을 기상 풍선이라고 반복적으로 거짓으로 주장했고, 다른 나라의 영공을 침범한 것에 대한 어떤 신뢰할 만한 설명도 제공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존 커비 NSC 전략소통조정관도 이날 MSNBC 방송에 나와 “미국은 중국 상공으로 풍선을 비행시키지 않고 있다. 그것이 절대적 사실”이라고 말했다.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도 “아예 없다. 제로”라고 말했다.
앞서 중국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구체적인 시기와 장소 등은 거론하지 않은 채 “미국의 고공 기구(풍선)가 지난해 이후에만 10여 차례 중국 유관 부문의 승인 없이 불법적으로 중국 영공으로 넘어 들어왔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중국이 미국의 해외 작전 지역에도 정찰풍선을 보냈다고 밝혔다. 중동 지역을 관할하는 미 공군 중부사령부 알렉서스 그린케이치 사령관은 이날 미국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가 주최한 행사에서 “중부사령부 관할지역(AOR)에 (중국의) 풍선들이 있었고, 내가 지휘를 맡은 이후에도 수차례 비행했다”고 말했다.
고고도 미확인 비행물체 대응을 위한 TF도 구성된다. 커비 조정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은 안전과 안보 문제를 제기하는 미확인 비행물체의 탐지, 분석, 처리에 대한 광범위한 정책적 의미를 연구하기 위한 부처간 팀을 구성하고,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끌도록 했다”고 밝혔다.
태스크포스(TF) 형태의 새 팀에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장 등 국가안보 핵심 부처 수장이 모두 참여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확인 비행물체 현상에 대해 일일 브리핑을 받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한편 미 언론은 정찰풍선 개발 업체인 EMAST의 설립자 우저(66) 베이항대 교수가 중국 감시 프로그램의 핵심 인물일 수 있다고 지목했다. 중국의 항공 과학 분야 권위자인 우 교수는 2019년 ‘클라우드 체이서’라는 이름의 풍선을 6만 피트(약 18km) 고도로 띄워 지구 한 바퀴를 돌게 하고, 지상과 교신하는 시험에 성공했다.
미국은 최근 정찰풍선 개발에 관련한 중국 기업 5곳과 연구소 1곳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이중 EMAST, 베이징 난장 우주 기술 등 3곳이 우 교수가 만들었거나, 설립에 도움을 준 곳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NYT)는 “성층권에 여러 대의 정찰풍선을 고정한 뒤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EMAST의 계획이었다”며 중국의 정찰풍선 프로그램이 이를 목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EMAST는 2017년 중국의 소셜미디어 위챗 공식계정에 정찰풍선의 기능에 대해 “고해상도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통신이 가능하고 정찰과 운항 능력이 있다”고 선전하기도 했다. EMAST 홈페이지는 최근 폐쇄됐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