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지진 피해지역 구호를 명목으로 가짜 후원금을 모으는 사기 행각이 SNS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강진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돕자며 가짜 모금 활동을 하는 것이다.
영국 BBC 방송은 14일(현지시간) 후원금 사기 사례를 소개하며 한 틱톡 채널의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은 3시간 동안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며 튀르키예 피해 현장을 항공 촬영한 사진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시청자들에게 ‘선물하기’(기프팅) 기능을 통해 틱톡 디지털 화폐로 후원을 요청한다.
틱톡 대변인은 BBC에 “우리는 틱톡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단체 회원을 사칭하거나 그런 오해를 일으키는 행위를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 외에도 알 수 없는 SNS 계정 다수가 지진 피해 현장이나 구조대원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나 사진을 올리면서 피해자들을 돕겠다며 후원금을 요구하고 있다. BBC는 이 같은 계정의 소유주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데다 기부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알 길이 없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실제로 슬픔을 자아내는 이미지와 함께 후원을 요청하는 트위터 계정 다수가 적발되기도 했다.
한 트위터 계정은 소방관이 건물 잔해 속에서 아이를 안고 있는 사진을 올리고 암호화폐 지갑 주소 2개가 적힌 트윗을 12시간 동안 8번 올렸다. 해당 사진은 실제 현장의 모습을 촬영한 게 아닌 인공지능(AI)으로 만든 것이다. BBC는 사진을 자세히 보면 아이를 안고 있는 소방관의 오른쪽 손가락이 6개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진의 출처는 그리스 신문 OMEA를 통해 확인됐다. OMEA는 이 사진이 튀르키예 인근 에게해에서 근무하는 한 소방대원이 파견된 동료들을 응원하기 위해 AI를 이용해 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순수한 목적으로 제작했지만 누군가가 이 사진을 도용해 트위터에 올리고 모금 활동을 벌였다는 것이다.
이 트윗에 올라온 암호화폐 지갑 주소 중 하나는 2018년부터 사기 계정에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지갑 주소는 러시아 SNS인 브콘탁테(VK)에 포르노물과 함께 올라와 있다.
BBC는 해당 트윗 계정의 소유주와 연락을 취했지만 계정주는 실제 후원금을 모집할 의도였다며 “금액을 제대로 썼다는 것을 영수증을 통해 증명하겠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그는 영수증이나 신분증을 보내지 않고 잠적했다.
일부 계정들은 페이팔 등 온라인 결제서비스를 통해 돈을 보내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트위터 계정 ‘@튀르키예릴리프’는 페이팔을 통해 이미 900달러(약 114만원)를 모았다고 밝혔다.
소프트웨어 공급망 관리업체 소나타이프의 사이버보안 전문가 액스 샤르마는 “이 중 500달러는 계정 주인이 모금 활동이 진짜인 것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 스스로 돈을 보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계정들은 뉴스 기사를 리트윗하거나 연예인, 기업인의 트윗에 댓글을 달면서 사람들에게 계정을 노출한다”고 설명했다. 트위터는 문제를 인지한 즉시 이 계정을 폐쇄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