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튀르키예의 9살 소년이 한국에 보내온 감사 편지의 내용이 뒤늦게 알려졌다.
인스타그램 재한유엔기념공원 계정(@unmck.official)은 지난 16일 튀르키예 9살 소년 후세인 카간이 보내온 메시지를 공개했다. 그러면서 계정은 “지진을 겪은 튀르키예에 도움을 줘서 너무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며 “우리도 짧은 메시지로 답을 보내주었다”고 밝혔다. 이어 “대지진 피해로 고통받고 있는 튀르키예가 빠르게 회복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휘세인은 튀르키예 메시지와 함께 영어와 한국어로 번역된 메시지도 보냈다. 온라인 번역기를 활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문법상 다소 어색한 부분이 있지만 공개된 전문을 그대로 옮긴다.
‘튀르키예에 살고 있는 9살’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휘세인은 “다른 많은 나라와 마찬가지로 튀르키예 지진 이후에도 여러분은 우리를 혼자 두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많은 생명을 구했습니다”며 “고맙다는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당신에게 빚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하지만 약속합니다. 나는 자라서 세상에 좋은 사람이 될거야. 당신의 나라를 방문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나는 Denizli 지방에 살고 있습니다. 당신이 미래에 휴가를 오기를 바랍니다. 당신은 우리 집에 온다. 당신은 우리의 손님이 될 것입니다. 당신이 있어서 너무 기뻐요”라고 덧붙였다. 데니즐리(Denizli)는 튀르키예 남서부에 있는 도시다.
휘세인은 메시지와 함께 튀르키예 현지에 파견된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의 사진과 만화 일러스트레이터 명민호 작가의 그림 등을 함께 보내왔다. 명 작가의 그림은 한국전쟁 당시 전쟁고아를 돌봐주는 튀르키예 군인의 모습과 이번 지진 상황에서 튀르키예 아이들을 돕고 있는 한국 긴급구조대의 활동 모습을 나란히 그린 그림이다. 튀르키예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았던 그림이다.
유엔기념공원관리처는 휘세인에게 “우리는 휘세인이 상냥하고 착한 마음을 가진 건강한 사람을 자랄 것이라 믿는다. 어는 날, 유엔기념공원을 방문하게 되면 꼭 인사를 나눴으면 좋겠다”고 답장을 보냈다. 그러면서 “튀르키예는 평화와 자유를 위협받고 있던 대한민국을 도와준 22개 나라 중 하나였다”며 “그때부터 두 나라는 오랫동안 우정을 유지해왔다”고 덧붙였다.
부산 남구에 있는 세계 유일의 유엔군 묘지인 유엔기념공원에는 튀르키예 참전 용사 462명의 유해가 안장돼 있다. 튀르키예는 한국전쟁 당시 2만1212명을 파병했다. 이 가운데 1005명이 전사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