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의 제재와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셀프 봉쇄’를 고수해온 북한에 외국산 화장품·샴푸·라면 등이 가득한 모습이 포착됐다.
뉴욕타임스(NYT)는 ‘달러를 원하는 북한, 문제가 있다는 신호’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북한 내부에서 촬영된 장면을 9일(현지시간) 공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상용품을 파는 평양의 한 상점 진열대에는 P&G, 유니레버와 같은 서방 브랜드와 일본제 미용 제품들이 가득 차 있다. 이 밖에도 외국산 라면, 방향제, 기저귀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같은 수입품은 미국 달러화로만 살 수 있으며 잔돈은 북한 원화로 거슬러준다.
NYT는 북한이 민간의 달러화까지 긁어모으는 상황을 조명하며 코로나 확산과 국경 봉쇄, 대북 제재로 곤경에 처한 김정은 정권의 절박함과 곤경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핵·미사일 등 무기 프로그램과 경제 개발을 위해 석탄 밀수출, 가상화폐 탈취 등으로 달러화 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스마트폰과 기타 수입품을 부유층에 팔면서 시중의 달러화까지 쥐어짜내 모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매체는 김정은 정권이 부유층을 상대로 가능한 많은 외화를 흡수하기 위해 공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평양의 백화점에는 롤렉스와 티소의 손목시계를 비롯해 소니와 캐논의 디지털 카메라 등이 잔뜩 진열된 것으로 전해졌다. 디올, 랑콤의 화장품 등도 판매 중이다. 모두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사치품이지만 외화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주민들의 지출을 유도하기 위해 시장에 내놓은 것이다.
휴대전화기 판매도 늘리고 있다. 중국에서 들여온 부품으로 북한 내에서 조립한 휴대전화 제품에는 내비게이션, 슈퍼마리오와 앵그리 버드 등 게임, 모기 쫓기 앱이 깔려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이처럼 북한 정권은 국영 상점에 수입 제품을 푸는 방식으로 달러화 결제를 유도하고 있다. 반면 민간 시장에서의 달러화 사용과 무면허 환전 행위는 엄중히 단속하고 아울러 당국의 감시하에 있는 은행 계좌에 달러화를 예치할 것을 장려하고 있다.
북한은 올해 역대 가장 많은 탄도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한국 정보당국의 추산에 따르면 북한이 미사일 발사만으로 수억 달러를 허공에 뿌린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17∼2021년 북한의 공식 무역적자는 총 83억 달러다. 석탄 밀수출과 어업권 매매, 가상화폐 절도 등 불법 활동을 고려해도 여전히 최소 19억 달러의 적자를 낸 것으로 보인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