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이탈리안 레스토랑들이 ‘토마토 없는 메뉴’를 판촉하고 나섰다. 현지 토마토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공급난이 현실화한 데 따른 조치다.
엔조 올리베리 영국 이탈리안셰프협회장은 26일(현지시간) 가디언에 “일부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가격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토마토가 들어간 메뉴를 아예 메뉴판에서 빼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식당들은 궁여지책으로 토마토를 쓰지 않는 ‘화이트 피자’나 ‘화이트 소스(크림소스) 파스타’ 등을 손님에게 권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탈리안셰프협회에 따르면 영국의 토마토 가격은 올 1~2월 사이에만 4배 폭등했다. 토마토 한 상자 가격은 올해 초 5파운드(약 8000원) 수준이었으나 최근에는 20파운드(3만1400원)가 됐다. 토마토 가격 상승세는 특히 최근 더욱 가팔라져 최근 2주 사이에만 가격이 3배로 뛰었다. 토마토 통조림의 가격 역시 15파운드에서 30파운드(약 4만7000원)로 갑절이 됐다.
올리베리 협회장은 “이탈리아 음식점을 경영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일부는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다. 당장은 터널 끝의 불빛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개입해 토마토 가격을 제한해야 한다며 “더 이상 마진을 계산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영국에서는 최근 들어 채소·과일 공급 대란이 이어지고 있다. 마트의 신선코너에서 매대가 텅텅 비어 있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띈다. 수급난은 토마토만의 문제가 아니며, 샐러드의 필수 재료인 양상추 역시 7파운드에서 22파운드(약 3만5000원)로 3배 이상 가격이 상승했다.
원인으로는 ‘기후변화’가 지목되고 있다. 유럽 남부와 아프리카 북부에서 이상기후가 나타나면서 농산품 생산량이 급감했고, 겨울철 토마토 소비량의 95%를 수입에 의존하는 영국이 직격타를 맞았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영국 내 높은 전기료 탓에 비닐하우스 농업에도 지장이 생기면서 소량의 국내 물량조차 생산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영국 환경식품농촌부 대변인은 가디언에 “특정 과일과 채소의 공급과 관련된 문제가 주로 생산지인 스페인과 북아프리카의 악천후로 인해 발생했으며 공급업체와 긴밀히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수급 정상화를 위해 업계 관계자들과도 해결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류동환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