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잇따라 폭로되는 유명인사의 학교 폭력 논란을 외신도 주목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시간) ‘유명인사가 싫어하는 관심: 괴롭힘 고발’이라는 기사에서 사회 각계에서 학교 폭력에 대한 폭로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괴롭힘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한순간에 소속 공동체에서 퇴출당한 사례들을 소개했다. 2021년 중학교 시절 동료들에게 폭언과 협박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 리그에서 퇴출 당한 프로배구 선수 이재영, 이다영 자매와 학폭 의혹으로 하이브와 계약을 종료한 걸그룹 르세라핌의 멤버 김가람이 다뤄졌다.
또 공직자 자녀의 학교폭력의 정치권에 논란을 일으켰다는 점도 거론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자녀의 학교폭력 문제가 드러난 정순신 변호사의 국가수사본부장 임명 결정을 하루만에 전격 취소했다. NYT는 “윤석열 대통령은 정 변호사가 언어폭력을 가한 아들을 두둔했다는 소식이 나오자 임명을 철회했다”고 소개했다.
NYT는 한국인들이 학교폭력 폭로 가해자에 대한 지탄 혹은 사회적 매장을 응당한 자업자득으로 보고 있으며 이에 따라 가해자 끌어내리기가 대중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는 취지의 전문가 의견을 전했다.
미국 앨라배마대에서 범죄학을 연구하는 김지훈씨는 NYT에 “많은 한국인은 학교 폭력이 피해자의 삶을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파괴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폭력 가해자들의 커리어를 망가뜨리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자업자득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NYT는 이학교 폭력에 대한 국민적 지탄이 한국 대중문화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하며 학교폭력 문제를 주제로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의 인기몰이를 언급했다.
학교폭력에 대한 폭로가 뒤늦게 이뤄지는 이유에 대해서 NYT는 유명인들이 과거 학폭에 대해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노윤호 변호사는 “한국에서 학폭에 대한 처벌은 미국보다 약한 경향이 있다”며 “학폭은 정학이나 퇴학 사유에 해당되는 데도 한국의 많은 학교들이 사회봉사나 접근 금지 명령을 내리는 데 그치곤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폭 폭로가 온라인에서 익명으로 이뤄져 진위 확인이 어렵고 과장되는 경우도 있다”며 “일부 유명인의 경우 잘못에 비해 지나치게 과한 벌을 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매체는 KBO 리그 최고의 투수로 꼽히는 안우진(키움 히어로즈)의 사례를 들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는 안우진이 고교 시절 야구부 후배 폭행으로 징계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자 그의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출전을 금지하는 등 태극마크를 박탈하는 등 자격정지 3년 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안우진은 징계 기간 이후에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국가대표팀 최종 명단에서 제외됐다.
NYT는 “안우진은 자신을 둘러싼 학폭 보도가 과장됐다는 입장이지만 야구팬들은 안우진이 명단에서 빠지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한국인들은 안우진이 고교 시절 받은 봉사활동과 서면 사과라는 징계수위가 가볍다고 인식해 더욱 분노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혜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