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am News

“통곡의 땅에 평화를”… 우크라에 성경 들어간다


전쟁으로 인한 집단 학살, 전기가 끊겨 나라 절반이 암흑에 휩싸인 고통의 땅 우크라이나에 한국에서 인쇄한 성경이 들어간다. 총을 든 군인들, 지하에 숨은 민간인들, 이웃 나라 국경에 머무는 피난민들의 손에 들려질 우크라이나어 요한복음 단편 성경 17만6800부가 컨테이너에 실렸다.

대한성서공회(사장 권의현)는 14일 경기도 용인 성서사업센터에서 우크라이나어로 제작된 요한복음을 보내는 기증 예식을 열었다. 요한복음 단편 성경은 파란 바탕에 빨간 줄무늬, 평화를 상징하는 흰색 비둘기가 겉장에 새겨 있다. 성경 안쪽엔 영문으로 대한성서공회 인쇄를 알리는 ‘Printed by Korean Bible Society’가 찍혀 있다. 성경을 담은 노란색 상자엔 또다시 한국산임을 알리는 ‘MADE IN KOREA’가 선명하다.

기증 예식엔 현철호 대구 청산교회 목사가 참석했다. 지난달 대구 서문시장 이불가게의 홀로 사는 60대 여성 집사가 평생 모은 거액을 이 교회에 무명으로 헌금한 사실이 알려졌다(국민일보 3월 28일자 31면 참조). 우크라이나어 성경 제작을 돕겠다는 뜻이었다. 현 목사는 “우리나라도 6·25전쟁 당시 미국교회와 영국교회가 보내온 누가복음 쪽복음으로 위로를 받고 소망을 얻었다는 사실을 보도를 통해 접하고 교인들과 공유하며 우리 스스로 복음의 빚진 자임을 알게 됐다”면서 “작은 교회이고 이름 없는 성도의 정성이지만, 말씀을 통해 전쟁 가운데 고통받는 이들을 위로하고 도우라는 소망이 생겨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의 최효녀 여전도회전국연합회장은 “130만 회원과 함께 전쟁으로 고통받는 우크라이나를 외면할 수 없어 기도하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성경 보내기 후원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아나톨리 레이키네츠 우크라이나성서공회 부총무는 영상을 통해 감사 인사를 보내왔다. 러시아군 철수 뒤 집단 학살이 보고된 도시 부차에서 적십자 마크가 새겨진 차량을 통해 식량 구호품과 성경을 전하던 그는 “우리에겐 기도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세계성서공회연합회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일레인 던컨 스코틀랜드성서공회 총무는 “빛과 생명, 소망의 이야기가 가득한 요한복음이 한국에서 제작돼 우크라이나 형제와 자매에게 보내져 예수님을 만나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성서공회는 이날 1차로 성경을 보낸 데 이어 다음 달 2차로 같은 양을, 3차는 신구약 전체를 담은 우크라이나어 성경 2만8000부를 제작해 발송할 예정이다.

용인=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