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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혜 특파원의 여기는 베이징] ‘봉쇄 3주’ 상하이가 드러낸 중국식 ‘제로 코로나’의 한계


중국의 경제 수도 상하이가 봉쇄된 지 17일로 3주차에 접어들었지만 코로나19 확산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2500만 주민 대다수의 발을 묶어 놓았는데도 감염자가 열흘 연속 하루 2만명 넘게 나왔다. 산시성 시안, 허난성 정저우 등 중국의 다른 도시들도 혼선을 거듭했던 상하이를 반면교사 삼아 선제적 봉쇄 조치를 취하고 있다.

상하이 봉쇄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치적으로 삼으려는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일단 고강도 통제에도 코로나19는 잡히지 않고 그로 인한 경제적 타격은 가시화되고 있다. 2년 넘게 누적됐던 중국식 방역 정책에 대한 불만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올해 가을 시 주석의 3연임 확정이 축제 분위기 속에서 이뤄지느냐는 상하이 정상화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상하이에선 16일 하루 동안 2만4820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이날 중국 전체 감염자(2만6016명)의 95.4%가 상하이에서 나왔다. 상하이는 지난 7일 일일 감염자 수가 2만명을 넘어선 뒤로 열흘 연속 그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 오미크론 변이가 급속도로 확산한 이후 상하이의 누적 감염자 수는 33만명을 넘어섰다.

감염자와 밀접 접촉자를 찾아내 시설 격리하고 그들의 주거지와 동선 내 건물을 폐쇄하는 중국식 방역은 지난 2년간 코로나19 확산을 조기 차단하는 데 적잖은 효과를 냈다. 그러나 전염성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 앞에선 속수무책이라는 것이 상하이 사례를 통해 분명해졌다. 노무라증권은 상하이를 비롯해 중국의 45개 도시에서 완전 또는 부분 봉쇄가 시행 중이라고 추산했다. 이어 중국 전체 인구의 4분의 1, 경제 활동의 약 40%가 봉쇄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상하이의 코로나19 확산세가 곧 정점을 찍고 이르면 다음 달 말 끝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추적해온 야오마오셩 베이징대 교수는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상하이의 발병 건수는 다음 달 중순 100건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며 “지금의 통제 조치가 전염 속도를 크게 둔화시켰다”고 평가했다. 그는 통제 시기를 놓쳤다면 지금보다 10배 많은 하루 20만명 이상이 코로나19에 감염됐을 수 있다며 상하이의 방역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미국 CNN방송은 최근 각국이 상하이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하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분석했다. 일단 상하이가 갖는 경제적 위상이다. 상하이는 뉴욕, 런던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주식시장이다. 지난해 말 기준 800개 이상의 다국적 기업이 상하이에 본부를 두고 있다. 이중 121개사는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에 속한다.

글로벌 공급망 인사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상하이항은 전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 규모에서 약 12년 동안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상하이국제해운연구센터는 아직까지 항만 운영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상하이항 선적, 하역 대기 선박 수는 지난해 3월 100척에서 지난 3월 300척으로 3배가량 늘었다. 선박 체류 시간도 점점 길어지고 있다.

이 보고서는 “코로나19 탓에 급격히 상승한 컨테이너 운임이 이전 가격으로 회복되지 않은 시점에서 상하이발 해운, 물류 효율성이 떨어지면 글로벌 공급망 위기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상하이에 공장을 둔 기업들의 생산 활동이 일시 중단되면서 공급 대란 가능성은 더 커지고 있다. 자동차와 반도체, 전자 업체가 이미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 중국 자동차 업계에서도 상하이 봉쇄가 지속되면 다음 달부터 중국 완성차 공장 가동이 전면 중단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상하이시 정부는 지난 16일 기업들의 생산 활동 재개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기업별로 방역 계획을 수립하고 핵산 검사소를 설치하며 전염병 예방 및 폐쇄 루프 관리 계획을 세워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조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했다. 가동이 중단된 전기차 업체 테슬라 상하이 공장은 이 지침에 따라 이르면 다음 주부터 생산을 재개할 계획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그러나 해당 지침은 여전히 통제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하이 봉쇄는 지난 2년간 누적된 중국식 방역 정책에 대한 불만을 수면 위로 끄집어내는 계기가 됐다. 상하이시는 처음엔 봉쇄 불가론을 폈다가 전격적으로 도시 봉쇄를 결정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당초 8일로 예고됐던 봉쇄 기간이 길어지면서 당장 먹을 것이 떨어지고 의료 시스템이 붕괴됐다. 부모와 유아를 따로 격리시키고 방역 요원이 감염자의 반려견을 길가에서 때려 죽이는 일도 벌어졌다.

이런 비상식적인 일들이 중국 최대 경제 도시라는 상하이에서 벌어지다 보니 각종 음모론이 불거졌다. 상하이를 본거지로 하는 시 주석의 정적 장쩌민계가 지도부의 방역 지침을 적극적으로 따르지 않아 사태가 이 지경이 됐다는 확인되지 않은 설도 떠돈다. 시 주석의 측근인 리창 상하이 당서기는 지난주 봉쇄 단지를 찾았다가 주민들의 항의를 받는 봉변을 당했다. 공권력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은 중국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시 주석과 공산당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베이징 소식통은 “시 주석의 3연임을 정당화하는 명분이 됐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이제는 장기 집권의 발목을 잡는 최대 난제가 됐다”고 말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