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당국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소식을 차단하고 국영매체를 통한 뉴스만을 전하자 러시아 언론인들과 국민의 텔레그램 메신저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NY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내에서 텔레그램 다운로드 수는 약 440만건에 달한다. 텔레그램은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한 이후 러시아에서 인기가 급상승 한 바 있다. 현재 러시아 내 텔레그램 다운로드 수는 약 1억2400만건으로 가장 인기가 높다.
러시아에서 텔레그램의 인기가 급상승 한 이유는 러시아가 국영매체를 제외한 언론을 통제하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과 같은 소셜미디어 플랫폼도 전면 금지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기술적 문제로 텔레그램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이유로 러시아 언론인들과 국민들은 텔레그램을 통해 뉴스를 공유하고 소통한다. 독립 언론인 출신인 일랴 쎄펠린은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 정부가 텔레그램 채널에 침투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지만 텔레그램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의견과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라고 말했다.
독립 언론 ‘모스크바 메아리’ 부편집장인 타티아나 펠겐가우어에 따르면 지난달 모스크바 메아리가 폐쇄된 후 그의 텔레그램 채널 가입자는 2배로 늘었다. 지난달 초 러시아 뉴스사이트 ‘메두자’가 폐쇄된 후에도 메두자의 텔레그램 가입자는 120만명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텔레그램이 허위 정보 유포와 함께 러시아 극우단체의 선전 수단으로도 이용된다는 점은 문제로 꼽힌다. 러시아 인기 토크쇼 진행자이자 우크라이나에 대한 혐오 발언을 일삼는 블라디미르 솔로표프의 텔레그램 채널 가입자도 100만명이 넘는다. 러시아 국영매체인 타스와 리아통신 등도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뉴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까지 러시아가 텔레그램을 차단하지 못하고 있지만 텔레그램 사용자의 정보가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매튜 그린 존스 홉킨스대 부교수는 “텔레그램 정보는 언제나 러시아 정보 기관에 매력적인 표적”이라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