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은행권의 유동성 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일시적으로 모든 예금을 보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현지 경제지 블룸버그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재무부 당국자들이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지급 보장 대상을 모든 예금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전했다. 현재 미국에서 은행에 예금된 보호 한도는 계좌당 25만 달러(약 3억3000만원)다.
미국 은행권의 유동성 위기는 이달 들어 현실화됐다. 지난 9일부터 미국에서 스타트업들과 거래했던 실리콘밸리은행(SVB), 암호화폐를 취급했던 실버게이트은행과 시그니처은행이 연달아 파산하거나 폐업했다. FDIC는 SVB와 시그니처은행에 대해 보호 한도 이상의 예금 지급을 보증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15일 미국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신용등급을 종전 ‘A-’에서 투기 등급인 ‘BB+’로 4단계나 강등했다.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는 같은 날 “회계 내부 통제에 중대한 약점을 발견했다”는 연례 보고서를 발표했고, 최대 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국립은행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거부당했다.
이로 인해 은행권의 공포는 월스트리트 금융가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FDIC는 일시적으로 의회의 승인을 받지 않아도 한도를 넘겨 예금 지급을 보증할 권한이 있는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백악관 대변인실은 모든 예금을 보호하는 방안을 검토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명확하게 답하지 않았다. 다만 “지역은행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며 “규제 당국이 지난 주말 적절하게 대응했다. 이에 따라 전국의 모든 지역은행에서 예금이 안정화됐다”고 자평했다. 추가 개입의 여지를 열어둔 셈이다.
블룸버그는 “모든 예금을 보장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결국 정부도 은행권의 위기를 우려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