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타격을 무릅쓰고 연금개혁을 강행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새로운 개혁 과제를 찾는 등 국면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 상당수가 연금개혁 절차에 분노하고 있어 당분간 프랑스 사회 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22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몽드·르피가로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내각에 새로운 개혁 과제 관련 아이디어를 2~3주 안에 내라고 주문했다. 클레망 보네 교통부 장관도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노동 환경과 임금을 비롯해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계획을 통해 ‘새로운 장’을 열 수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국민이 가장 분노하는 대목은 연금개혁 법안 처리 과정에서 헌법 49조3항을 이용해 하원 표결을 하지 않은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 절차가 정당했다고 항변하고 있다.
그는 지난 21일 엘리제궁에서 상하원 의원들과 만나 “헌법을 사용해 개혁을 이루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민주주의 국가에서 어떠한 법안이 적은 표로 통과됐다고 해서 그 법안이 불법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적이고 공화적인 질서를 보장해야 한다”며 “‘군중’들은 선출된 대표자보다 우세하지 않다”고 했다.
마크롱 대통령을 향한 화난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앤 뮈셀 시엉스포 정치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2019년 노란조끼 시위 후 마크롱 대통령은 엄청난 분노와 증오의 대상이 됐다”고 분석했다. 르몽드는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분노가 샤를 드골 전 대통령 이후 그 어떤 대통령보다 심하다”고 덧붙였다.
시위는 격화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21일 파리에서만 최소 280명이 체포됐다. 중부 르망에서는 시위대가 헌법 49조3항을 뜻하는 ‘49.3’이라는 구조물을 세워놓고 이를 불태웠다. 정유업체 파업으로 전국 주유소의 9.5%는 휘발유나 경유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 8개 노동단체는 23일 9차 총파업에 돌입해 대규모 시위를 열 예정이다.
한편 마크롱 대통령은 22일 오후 1시 방송으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할 예정이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