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권의 패권을 높고 대립해 온 사우디 아라비아와 이란이 지난달(3월) 10일 중국 베이징에서 관계 정상화에 합의한 가운데, 중재자로 나선 중국의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다.
최근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외교·안보 분야 싱크탱크인 디펜스 프라이오리티스(Defense Priorities) 나탈리 앰브루스터(Natalie Armbruster) 연구원의 사설을 소개했다.
이 글에서 앰브루스터는 중국의 외교적 성과가 지난 20년 간 시행돼 온 미국의 실패한 중동 정책으로부터 학습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앰브루스터는 미국의 첫 번째 실수가 중동에서의 외교 목표를 지나치게 높게 잡은 것이라고 짚었다.
미국은 중동과의 정치, 경제, 안보 문제에 직접적 개입을 시도했지만, 중국은 외교적 이해관계를 뒤로 하고 실리를 취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중국은 사우디 아라비아와 최대 규모의 원유 계약을 맺었고, 이란과는 4백만 달러를 투자하는 대가로 항구 접근권과 저렴한 원유 계약을 따냈다.
또 앰브루스터는 미국의 두 번째 실수가 사우디 아라비아에 대한 편향된 입장을 유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이 이란과는 적대적, 사우디 아라비아와는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는, 치우친 입장을 고수하는 사이 중국은 양국 사이에서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배제한 채 일관된 중도적 성향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중국은 외교에 있어 모두와 친구(friends-with-all)라는 접근법을 취하고 있고, 사우디 아라비아와 이란에 대한 투자가 정치적 지지 또는 안보적 약속이 아닌 경제적 투자라는 사실을 재차 확인했다.
마지막으로 앰브루스터는 미국의 세 번째 실수가 경제 문제에 도덕적 기준을 적용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자유주의 세계질서를 추구하며 미국과 중동을 민주주의와 독재주의 사이의 대립으로 몰아가고 있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내러티브가 위험하다는 설명이다.
반면 위구르 소수민족에 대한 인권 탄압으로 궁지에 몰린 중국은 자말 카슈끄지 언론인 암살 사건으로 같은 곤경에 처한 사우디 아라비아와 서로의 행동에 대한 침묵을 지키는 대신 동반 경제성장을 도모했다.
앰브루스터는 “중국이 중동에서 자원을 고갈시키고, 끝이 없는 전쟁을 치르고, 동의 없는 정치적 간섭을 이어가는 미국을 보고 반면교사 삼았다”며 “미국은 지금까지 중동에서 벌인 역사를 바로잡는 과정을 통해 앞으로의 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