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정교회의 축일인 부활절 전날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에 최소 6발의 미사일을 발사해 생후 3개월 아기를 포함해 2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러시아가 동부 돈바스 전역과 남부를 완전히 장악하겠다는 2단계 목표에 따라 인명 피해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3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남부 공군사령부는 이날 러시아군이 쏜 6발의 순항미사일 중 4발이 오데사 지역 군사시설과 민간 주거 건물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겐나디 트루하노우 오데사 시장은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최소 8명이 사망했다”며 “그 중에는 생후 3개월 된 아이도 있었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기자회견을 통해 “그 아기가 태어난 지 1개월이 됐을 때 전쟁이 시작됐다”며 “그들은 개자식들(bastards)”이라고 분노했다. 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장은 “현재 사망·부상자 수는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현 시점의 수치이며 실제 인명 피해는 막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남부를 점령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러시아가 동남부를 장악하면 동부 돈바스와 2014년 무력으로 병합한 크림반도를 연결해 보급로를 원할하게 하고, 유연한 병력 운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러시아는 마리우폴에 대해서는 사실상 ‘고사 작전’을 펼치고 있다. 러시아군은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는 지하통로가 미로처럼 얽혀있기 때문에 이를 점령하려면 자국군의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 봉쇄작전을 택한 것이다.
BBC가 공개한 아조우스탈 제철소 내 지하 피신처에서 촬영된 동영상에 따르면 이곳에는 여성, 아동, 공장 노동자 등 민간인 약 1000명과 우크라이나군 2000여명이 지하에서 생활하고 있다. 한 여성은 “우리가 가져온 모든 것들이 고갈되고 있다. 곧 아이들을 위한 음식조차 얻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소년은 “다시 햇볕을 쬐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싶다”고 말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 회담을 거듭 제안했다. 다만 그는 러시아군이 마리우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최후의 저항을 이어가고 있는 자국 장병들이 전사할 경우 “그 어떤 협상도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에 파견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 침공 이후 미 최고위급 인사의 첫 키이우 방문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내일 미국에서 사람들이 온다. 나는 미 국무·국방 장관과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에 공격용 무기 등에 대한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