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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천연가스 무기화 시작 “폴란드·불가리아 공급 중단”


러시아 천연가스를 관리하는 국영기업 가스프롬이 폴란드‧불가리아로 연결된 파이프라인을 잠갔다. 가스 공급 재개의 조건은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를 통한 대금 결제다. 러시아가 ‘천연가스 무기화’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프랑스에 본사를 둔 유럽권 다국어 채널 유로뉴스는 27일(현지시간) “가스프롬이 이날 폴란드와 불가리아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유로뉴스는 양국 정부 관계자를 통해 그 사실을 확인했다. 양국 정부는 지난 26일 “가스프롬으로부터 천연가스 공급 중단 통보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비우호적인 해외 구매자들은 가스프롬에 다른 통화가 아닌 루블화로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우호적인 해외 구매자’란 우크라이나 침공의 대가로 대(對) 러시아 경제 제재를 가담한 유럽 국가들을 말한다. 유로뉴스는 “폴란드와 불가리아가 그중 첫 사례가 됐다”고 전했다.

가스프롬은 “폴란드와 불가리아가 루블화로 대금을 결제하지 않았다. 루블화로 결제할 때까지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천연가스의 대금을 루블화로만 제한한 가스프롬의 조치는 서방 세계의 제재에 대한 대응으로 평가된다. 러시아는 지난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미국‧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금융‧산업‧통상 같은 전방위에 걸쳐 경제 제재를 당했다. 이로 인해 러시아 증권시장의 RTS지수가 폭락했고, 은행과 핀테크 기업에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가 벌어졌다. 루블화 가치는 지난 3월 한때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문제는 미국보다 러시아산 천연가스‧원유 의존도가 높은 유럽의 에너지 수급난에 있다. 유럽 국가의 상당수는 천연가스를 러시아발 파이프라인으로 받고 대금을 결제해왔다. 유로뉴스는 “60%가량이 유로화로, 나머지 금액이 달러화로 각각 결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폴란드‧불가리아에 대한 가스프롬의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차단은 결국 ‘자원 무기화’의 시작으로 평가된다. 불가리아 정부는 “러시아에서 제안을 받은 대금 결제 방법은 현행 계약에 어긋난다. 불가리아는 상당한 위험에 놓여 있다”고 주장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