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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신규주택 1년 새 21% 폭등… ‘주거대란’ 먹구름


지난 4월 중순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에서 1964년 지어진 방 5개짜리 낡은 주택이 80만5000달러에 팔렸다. 주변 시세보다 10만 달러 정도 비싼 가격이다.

판매 에이전트는 집을 매물로 내놓으면서 ‘미닫이문과 카펫 교체 필요’ ‘식기세척기 파손’ ‘변기 누수’ 등의 상태를 공개했다. 수리비용은 2만5000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더 충격적인 정보는 불법 거주자 체류 사실이었다. 3년 전 집 관리를 위해 청소부를 고용하고 지하실을 내줬는데, 이후 임대료도 내지 않고 집을 나가지 않았다고 한다.

거액의 수리비가 필요하고, 퇴거 소송까지 진행해야 하는 골치 아픈 거래는 그러나 매물 등록 5일 만에 완료됐다. 5명이 현금 거래를 제안했고, 입찰을 벌여 5000달러 웃돈까지 얹어 준 사람에게 돌아갔다. 미국 주택 시장이 얼마나 왜곡돼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인플레이션과 원자재 가격 폭등, 공급망 대란이 미국의 주거 위기를 키우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주택가격과 임대료, 대출금리 동반 상승으로 주거비 폭등이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 층과 저소득층에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


국민일보가 30일(현지시간)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 1분기 미국에서 거래된 신규 주택 중간값은 42만8700달러로 지난해 동기(36만9800달러) 대비 15.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도시가 집중된 북동부(56만3200달러)와 서부(55만7200달러)는 전년 대비 증가폭이 각각 10.0%, 17.7%였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택이 많은 중서부 지역(40만6800달러)이 26.9% 오르며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미국 전체 신규 주택 평균가격은 50만7800달러로 지난해 1분기(41만8600달러)보다 21.3%나 올랐다.

주택가격 과열은 지난해 이미 경고등이 켜졌는데 올 초 더욱 심화했다. 주택시장 과열 지표인 S&P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는 지난 2월 전년 동기 대비 19.8% 상승했다.

공급은 부족한데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미 연방대출금융기관인 프레디맥은 전국에 약 400만채의 주택이 부족한 것으로 추정했다. 여기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본격적 긴축 신호를 보내자 금리 인상 전 주택을 사려는 수요자가 더 몰려 가격이 급등했다.

하지만 대출금리 인상이 시작된 이후에도 이런 분위기가 잠잠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30년 만기 모기지 이자율은 지난 28일 5.1%로 지난해 12월 29일 3.11%보다 1.99% 포인트 상승했다.

불똥은 첫 구매자와 대학생, 저소득층 등으로 튀고 있다. 이들은 높은 집값과 대출금리 상승 압박을 동시에 받고 있다. 여기서 탈락한 구매자들이 다시 임대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월세 상승을 이끌고 있다.

1921년 완공된 워싱턴DC의 방 4개짜리 타운홈은 전날 월세 7950달러에 매물로 나왔다. 2020년 8월에는 월세가 5750달러로, 증가폭이 38.3%다.

부동산 중개업체 레드핀에 따르면 오리건주 포틀랜드(40%), 텍사스주 오스틴(38%), 뉴욕(35%), 뉴저지주 뉴브런즈윅(35%),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웨스트팜비치(33%) 등 주요 도시 월평균 임대료는 지난 3월 전년 대비 30% 이상 급증했다. 미국 전체의 월평균 임대료는 전년 대비 17% 상승한 1940달러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