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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최신형 자주포 대만 수출 돌연 ‘중단’…“외교 전략 변화” 주시


미국이 대만에 수출하기로 했던 최신형 자주포를 원래 약속한 날짜에 인도할 수 없다며 판매 불가를 대만에 통보했다. 미국은 이를 대체할 무기로 고속기동 포병 로켓 시스템(HIMARS) 지원을 제안해 대만 국방부가 검토에 들어갔다고 대만 언론이 보도했다. 대만에서는 미국의 외교·군사 전략에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3일 연합보와 자유시보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대만 국방부는 전날 보도자료를 내 미국 정부가 M109A6 팔라딘 자주포의 대만 인도가 2026년 이후에 가능하다며 대신 HIMARS 등 다른 무기 판매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대만 국방부는 자체 평가 작업 후 대체 방안과 예산안을 입법원(국회)에 송부해 심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대만군은 미 국무부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팔라딘 자주포의 대만 판매 중단을 통지해왔다고 밝혔다. 이에 대만 측은 팔라딘 자주포 인도 시점을 2028년으로 연기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미국이 판매 중단 입장을 고수해 프로젝트 자체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지난해 총 7억5000만 달러(9483억원)의 무기를 대만에 판매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여기에는 팔라딘 자주포 40문을 비롯해 M992A2 야전포병 탄약 보급차량 20대, M88A2 구난전차(HERCULES) 5대, 야전포병전술데이터시스템(AFATDS), 포탄을 목표 지점으로 정밀 유도하는 GPS 키트 1천698개가 포함됐다. 이에 따라 대만은 2023년 팔라딘 자주포 8문을 시작으로 2024년과 2025년 각각 16문을 인도받을 예정이었다.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 총통이 이끄는 대만 정부는 중국의 군사 압박에 맞서 미국 무기를 대거 들여오고 자체 기술로 비대칭 전력을 확충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미국은 자주포 판매 중단 이유로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와 생산라인 중단을 들었지만 대만 내에선 미국의 정책 순위가 달라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연합보는 “팔라딘 자주포 판매 중단이 미국이 밝힌 생산 라인의 문제인지 외교 전략상 고려가 있는 것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팔라딘 자주포와 HIMARS는 용도와 목표가 달라 대체가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중 대만 국가정책연구기금회 연구원은 “사거리가 24~30km인 팔라딘 자주포는 제일선의 지상부대에 화력을 지원하는게 주요 용도인 반면 사거리 42~300km의 HIMARS는 전선 후방의 적 기지를 타격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만 포병의 경우 첫 포사격까지 5분이 소요되지만 팔라딘 자주포는 1분 내로 사격이 가능해 대만 방어 작전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